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자동차 개발이 한창이다. 반면 지난 1890년대부터 전기차 개발에 나섰던 미국 자동차업계는 흑먼지를 뒤집어 쓴 채 경쟁 업체들의 질주를 바라볼 뿐이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업계가 아시아 업체에 전기차 개발 주도권을 내준 것은 휘발유 자동차 개발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쫓긴 릭 웨고너는 지난해 12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까지 전기차 '볼트'를 몰고 갔다.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할 테니 구제금융을 지원해 달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일본 도요타에 비해 한 세대 이상 뒤진 '볼트'로는 GM이 생존할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00년에만 미국에서는 10여종의 전기차가 생산됐다. 당시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4192대 가운데 28%가 전기차였다. 하지만 납축전지를 장착한 전기차로는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했다. 특히 포드가 1908년 저가의 휘발유차 '모델T'를 내놓자 전기차는 1920년 단종됐다.
이후 1990년대 GM은 'EV1'이라는 전기차를 출시했지만 역시 장거리 이동이 문제였다. 초기 모델은 8시간 충전하면 55~75마일을 달릴 수 있었고 후기 모델은 니켈수소(NI-MH) 배터리를 장착해 이동거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자 수요도 급감해 역시 1999년 단종됐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이후 20년 가까이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8기통 대형차 개발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 사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서 전기차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중국 업체도 최근 자체 개발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