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서 배우는 기업경영 전략

2009-04-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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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마인드'…세바스찬 코 런던올림픽조직위원장

   
 
세바스찬 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올해 기업계의 최대 화두는 '위기를 기회로'다. 하지만 위기의 골이 깊어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의 끝이 어딘지, 위기 뒤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불확실한 미래 앞에 커지는 건 불안감뿐이다. 일상화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면 어느 때보다 순간 판단력과 이를 끝까지 밀어부칠 추진력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1980년대 세계 육상계를 주름잡았던 세바스찬 코(Sebastian Coe)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그의 저서 '승자의 마인드(Winning Mind)'를 바탕으로 사업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덕목 몇가지를 소개했다.

코 위원장은 현역시절 '역전의 명수'로 유명했다. 그가 1500m 부문에서 트랙을 두세바퀴 돌 때는 뒤처져 있다 순간적으로 선두로 나서며 라이벌 선수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전략같지만 중거리 육상선수가 단거리 선수의 뒷심과 장거리 선수의 지구력을 고루 갖추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1500m 부문 2연패를 거둔 코의 기록은 전무후무하다.

코는 '역전의 명수'가 되기 위해 언제나 현재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수준의 선수가 되자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그는 스스로 정한 목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 주일, 한 달, 일 년 후의 실력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는 "내재적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메달이라는 눈에 보이는 보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 전략과 단기 전략을 고루 갖춰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하루하루가 위기인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위기 극복 전략은 물론 위기 뒤를 내다보는 혜안이 절실하다.

목표만큼이나 중요한 게 방법이다. 코 위원장을 세계적인 육상 선수로 키운 그의 아버지는 스피드를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남자 육상 1500m에 출전한 세바스찬 코(오른쪽)는 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중시하던 당시의 중거리 육상 훈련법을 무시하고 독특하고 혹독한 자신만의 코치법으로 아들을 조련시켰다. 반 마일을 마라톤선수처럼 뛰고 45초 동안 쉬게 한 뒤 다시 200m 코스를 40회 연속해서 뛰게 한 것이다. 지구력과 스피드를 동시에 높이려는 전략으로 코가 '역전의 명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육상선수라면 누구나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취하는 방법론은 저마다 다르다. 사업에서도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방법론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성공이 판가름난다.

코 위원장은 '라이벌'과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800m 우승자인 독일의 스티브 오베트와 중거리 육상 세계 신기록을 놓고 25개월간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무려 40여개의 세계 신기록을 쏟아냈다.

그는 "경쟁 상대가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현재보다 더 나아지려는 욕구가 크다"며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대는 내가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되기보다는 촉진제가 된다"고 말했다.

기업간 경쟁구도 역시 상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례로 펩시와 코카콜라가 한 세기 동안 벌이고 있는 콜라전쟁은 양사 제품의 품질을 높였을 뿐 아니라 제품의 다양화에도 기여했다. 국내의 이동통신 분야 역시 1990년 중반 이후 도입된 경쟁시장제도로 인해 가입자 3500만, 보급률 70%를 상회하는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바 있다.

코 위원장은 "승자들은 무자비할 만큼 자기 분야에서의 완벽을 추구한다"며 "최고의 역량을 나타내는 이들은 정상인들과는 달리 경쟁 본능이 내재돼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승자가 나타났을 때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육상계에서 은퇴한 후 영국 보수당에 입당해 두 차례 하원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총선에서 패배하고 정계를 떠나 나이키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코가 다시 영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건 지난 2005년으로 그는 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는 데 다크호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국 언론들은 당시 "코 위원장이 현역시절 선두를 바짝 뒤쫓다 막판에 역전 우승을 여러차례 했듯이 이번 유치 경쟁에서도 막판 역전승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런던이 프랑스 파리와의 벌인 결전에서 막판에 승리를 거둔 것이다.

세계적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 역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전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1865년 펄프 및 제지회사로 시작한 노키아는 1966년 케이블 회사를 거쳐 전력 및 TV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1992년 취임한 욜마 오릴라 회장은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 부문을 접고 통신 사업에만 전념해 노키아를 세계적인 일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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