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감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제도 시행에 앞서 조기 종료 가능성을 내세워 주목된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이번 제도로 자동차 업계가 자구노력 없이 지원만 챙기는 나쁜 선례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시행전에 조기종료 압박
13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번 제도는 1999년 말까지 신규등록된 노후차량을 팔거나 폐차하는 대신 새 차를 구입할 경우 신차 등록일 기준으로 5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8개월간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70%씩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26일 제13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마련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 및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제하에 추진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시 "정부 지원에 앞서 노사가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책 내용이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짧은 기간에 자구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 후 자구책으로 볼만한 업계의 발표도 있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31일 공장 간 일감나누기에 합의한 것과 지난 9일 '위기극복 특별협의체'를 구성한 것, 쌍용차의 인력 37% 감원안 등이다.
하지만 이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3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금속노조 임금요구안인 월 기본급 8만7천709원(기본급 대비 4.9%)을 인상하는 내용의 임단협안을 내자 정부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12일 제도시행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미 세제혜택이 공개되면서 자동차시장에서 거래가 동결되는 현상이 발생, 무작정 업계의 자구노력을 기다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先) 자구노력에서 후(後) 자구노력 요구로 바뀌었지만 정부는 이번 제도를 노사 압박 수단으로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 미적지근한 압박..약발 있을까
그러나 세제지원을 조기 마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압박이 희망대로 자동차 업체들의 노사관계를 진전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청와대가 나서서 제도 시행 자체를 보류하면서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구해도 별 움직임이 없던 자동차업체들이 정부의 엄포성 뒷북 압박을 귀담아 들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가 별다른 자구노력을 할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서둘러 지원책을 내놓음으로써 자충수를 둔 격이 됐다.
정부의 요구 사항은 여전히 모호하고 진전이 어려운 사안들이다.
백운찬 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노사관계 진전'의 내용에 대해 "불법적인 파업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자제하라는 뜻"이라면서 "정부가 세제지원을 하는데 노사 측에서도 상응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주로 임단협이 걸린 문제"라며 "국민이 도와주면 노사 모두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부가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무분규 선언이나 임금 동결 같은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노동계에서 상징성과 대표성을 갖는 사업장이어서 정부는 물론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부가 원하는 노사관계의 진전에 대한 판단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세 감면의 조기종료 검토 압박은 자동차 업계에 별 약발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 혈세만 들이고 정책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도덕적 해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만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노사의 자구나 상생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를 갑자기 조기 종료하겠다고 나설 경우 새 차를 주문해놓았다가 세금혜택을 받지 못한 채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물론 조기 종료가 결정되면 소비자들의 혼선을 막을 정도의 유예기간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제도 시행 초기부터 불투명성을 안고 간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불안해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 노사관계에 진전이 없음에도 세금 감면의 조기 종료가 단행되지 않을 땐 정부의 신뢰와 체면만 구기게 될 것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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