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정부는 쌍용자동차 지분 48.9%를 5900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했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SUV) 및 하이브리드차 개발 기술을 빼갔다는 ‘먹튀’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과 기술제휴 등으로 인해 한국의 첨단 IT 기술이 5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에 대한 중국 기업 인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첨단 전자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정부에게 하이닉스는 좋은 먹이감이다. 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44나노 DDR3 D램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시장점유율도 2위를 차지했다.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중국 정계 고위층들이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속속 방문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이닉스의 기술력과 생산경험에 중국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이 된다.
특히 하이닉스는 쌍용차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자칫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경쟁국가의 잇속만 챙겨주는 모양새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생존은 국가경제와 하이닉스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며 “해외 매각은 오히려 경쟁국가에 주요 기술이 넘어가 오히려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LCD 업계 역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중국은 6~8세대 LCD 생산라인 건설을 위해 대만과 일본은 물론 국내 기업들에게 기술 협력을 제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6세대 이상 LCD 생산라인 건설에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기술협력에 나선 해외 업체에 대하서는 세금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협력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중국과 손을 잡자니 첨단 LCD 기술유출이 우려되고, 이를 무시하자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중국시장을 놓칠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 없으며 국내법상 5세대 이상 LCD 기술이전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기술 제휴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LCD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LCD 패널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약화될 뿐 아니라 자칫 대만 기업과 협력할 경우 중국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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