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인의 비극적인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
경기가 어려운 요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연이 인기다.
아서밀러 원작의 ‘세일즈 맨의 죽음’은 한 평범한 영업사원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 속 현대인의 비극적 자화상을 그렸으며, 1930년대 대 공황기를 겪었던 작가의 절절한 체험이 빚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60년 전 이 작품이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것은 왜일까.
36년간 윌리 로먼은 평생을 외판원으로 살아 왔으나, 이제는 늙어서 정신조차 온전치 못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이해심 많고 사려 깊은 아내 린다 로먼과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있다.
윌리는 대인 관계가 사업에서 성공하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신념으로 자신과 아들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강요한다. 해피는 건달로 지내면서도 윌리를 이해하고 따르려 하지만, 비프는 아버지가 출장 중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그렇지 않다.
그는 학생 때부터 생겼던 도벽으로 점점 더 불량하게 변하고,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자신이 희생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밖으로 나돌던 비프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식구들은 새롭게 출발하려 마음먹고 서로를 격려하고 꿈에 부푼다.
그러나 윌리는 36년간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 당하고, 돈을 빌려 운동구점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던 비프도 꿈을 이루지 못한다.
비프에게 희망을 걸고 있던 윌리는 파멸의 원인이 모두 자신의 잘못된 신념에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비프에게 생명 보험금을 남겨 놓으려는 생각에 자동차에 스스로 치이는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이름 LOMAN (low man=하층계급의 사람)이 암시하듯 사회조직의 말단에서 평생 일만 하다 비참하게 삶을 마감한 소시민 이야기이다.
이러한 윌리 로먼의 삶이 오늘 너무도 가깝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가 바로 가족을 위해 개미처럼 일하는 한국의 필부와 똑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능력 위주의 현대 사회 속에서 소멸해가는 인간가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빠듯하기만 한 살림살이와 서로를 안아줄 여유조차 잃어버린 가족, 정신적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살아간 한 남자 세일즈맨의 죽음과 아들에게 모든 꿈과 희망을 걸고 있는 아버지 윌리, 아버지의 꿈이 못내 부담스럽기만 한 아들 비프. 이 모두가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주최 측인 극단 소금창고는 “경기 불황으로 실직과 자살이 증가하는 요즘 한국 사회의 거울이 될 만한 고전”이라고 작품을 평가하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 회상장면을 줄이는 등 현 시점에 맞게 작품을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문득 이 공연이 이 사회에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의미와 세대 간의 소통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번 달 26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 02)6402-1208
김나현 기자 gusskrl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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