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과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위상과 기능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겉으로의 위상변화나 기능의 확대 또는 축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굴러가는 식약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가 리더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보다는 조직의 장악력과 행정력 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대 식약청 청장은 모두 학자 출신의 외부 전문가들이다. 식약청의 주요 업무는 전문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장이 반드시 전문가라야 할 이유는 없다. 청장이 외부 전문가인데다가 재임기간이 평균 1년 남짓하다보니 청장의 리더십이 하위 공직자들에게 제대로 먹힐 수가 없다. 한마디로 복지부동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식약청장을 임기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식약청은 일반 국민과 직접적인 관계가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면에서 대외적인 관계에서도 행정력 발휘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식약청의 리더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기 전문분야의 연구에만 몰두하는 '탁상공론' 스타일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식약청은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식약청의 잘못된 조직 문화중 하나인 약사 출신의 편중 인사를 탈피해 ‘맨 파워’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식약청이 복지부로부터 독립될 당시 약사 출신 인력이 대거 포진한데다가 청장이 약학전공자인 관계로 신규 채용에서도 약사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인사의 편중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맨 파워 면에서 보면 ‘약청’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기초로 식약청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과 단순화, 전문화 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 중이다. 그 중에는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식품안전처 설립 논의가 부상할 당시 식품안전처장을 장관급 또는 독립차관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송기호 변호사(조선대 법대 겸임교수)는 “식품사고가 날 때마다 부처 간에 서로 책임지지 않는 행태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 참에 외부 기업이나 외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한 식품안전관리기구의 설립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행정도 서비스 시대다. 행정기관은 국민과 관련 업체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고 업체에게는 편의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식약청의 올바른 공직수행 자세는 어떻게 하면 국민 건강과 위생안전을 보장할 것인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