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소폭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하나은행은 환율 급등에 따른 평가손 증가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익성 악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건전성은 차츰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 4대 은행 흑자 전망…하나은행은 '적자' = 유가증권 매각으로 인한 이익 발생과 추가 대손충당금 부담 감소 등으로 1분기 은행권 실적은 소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현대건설(292만주)과 현대종합상사(112만주) 주식을 처분하며 각각 1566억원과 206억원의 매각대금을 챙겨 1분기 15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지난 1일 "지난해보다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하나은행은 환율 급등으로 태산LCD 관련 평가손이 늘어나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들의 1분기 순이익은 1000억원 내외로 전년 동기(2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96.4%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 연체율 하락 등 건전성 개선 조짐 =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충당금을 많이 쌓은데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급락에 따른 역마진 우려까지 커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D금리가 많이 떨어져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다만 건전성은 호전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서 연체율이 내려가는 등 건전성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51%에서 올 2월 말 2.59%까지 치솟았다가 3월 들어 2.30%로 하락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57%에서 0.84%로 올랐다가 다시 0.58%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키코(KIKO) 관련 손실이 이미 반영된데다 신용공급도 정상화하고 있어 향후 실적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코 계약 잔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향후 키코로 인한 손실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 은행들의 신용공급이 정상화하고 있어 실적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달 들어 은행들이 별 어려움 없이 외화 차입에 성공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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