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던 외환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600원대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1600원대를 넘어섰던 원·엔 환율은 1310원대로 떨어졌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가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낙관론과 함께 증시가 랠리를 펼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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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금융부 차장 |
경기부양을 위해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환율이 안정권을 이어간다면 물가 억제라는 큰 짐을 하나 덜은 셈이다.
선물환 거래나 키코 같은 통화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하면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감당해야 할 환차손이 1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환율 안정이 반갑지 않은 곳도 있다. 바로 그동안 고환율 혜택을 톡톡히 봤던 수출업체들이다. 수출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원 환율 급등과 엔화 강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매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고환율 덕분이라며 환율 하락에 벌써부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본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벌써 환율 안정의 득실을 따지느라 바쁘다.
최근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고 있다는 낙관론의 근저에는 고환율에 따른 수출 증가가 크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될 문제다.
전문가들은 1200~1300원대가 수출업체와 내수기업의 수익성이 비슷해지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직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2월과 3월 흑자를 보였던 경상수지 역시 환율 하락과 함께 부정적인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 입장에서는 내수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이는 와중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그나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수출 주도의 경제였기 때문이다.
미국증시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갑게 여길 수 없는 이유도 바로 환율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은 보통과는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증시가 활황이면 달러는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증시 랠리에 대해 달러는 약세로 반응하고 있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매도세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는 환율 급등이 골머리를 썩게 하더니 정작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자 이번에는 환율 하락에 대한 걱정이다.
이래저래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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