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차 바꾸면 세금지원 늑장 발표에 판매실적 ‘뚝’
양도세 중과 폐지 불투명 “벌써 집 팔았는데…” 울상
비정규직법 당정 갈등 조짐 대량 실직사태 현실화 우려
정부가 유례없는 실물지원과 슈퍼추경 책정 등으로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일자리 만들기, 감세, 비정규직 법안 등 주요 정책이 시점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방향마저 엇갈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차 세금 지원, 시장 혼란 증폭
12일 정부는 10년 이상된 낡은 차량을 팔고 새 차를 구입할 경우 세금지원을 최대 250만원까지 해주는 자동차활성화 세부대책을 내놨다. 애초 지난 3일 발표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1주일을 넘겨서야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동차 판매 현장을 중심으로 정부의 설익은 정책 발표로 판매실적만 줄어들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자동차 대리점 A 과장은 "간혹 손님이 와도 세금혜택을 언제부터 볼 수 있는지 묻기만 하고 되돌아간다"며 "정부가 정책 발표시기와 시행시기를 조절하는 등 충분히 매끄럽게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실제 정부의 설익은 정책 발표로 1,2월에 비해 판매가 늘어나는 3월에 일평균 계약대수가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일평균 자동차 계약대수는 2600여대로 1월(3700대)과 2월(3000대)보다도 줄었다. 이와 함께 중고차 시장 역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자동차 구입 세제지원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노사관계 선진화'와 연계할 뜻을 밝혔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자동차업계 자구노력은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철회한 것도 시장으로 하여금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했다는 평가다. 처음부터 시장에서는 정책 시행 시기를 못 박으면서 자동차업계를 압박해봤자 별 소용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일었다.
◆'양도세 중과 폐지' 시행 혼선ㆍ논란 예고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감세정책도 논란이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의 총의를 수렴키 위해 15일 정책의원총회를 소집했으며 난상토론을 거쳐 부정적 의견이 우세할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정책을 백지화하는 당론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 당시 "충분한 당정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국회 통과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던 재정부도 중과 폐지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 전망과 관련해선 다소 신중해진 모습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결국 국회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양도세 중과 폐지는 정부가 당연히 국회 통과를 전제로 지난달 16일 발표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간 상태여서 더더욱 그렇다.
당장 현재 45%의 세율로 중과되는 3주택이상 보유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의 양도세가 내려간다는 발표만 믿고 집을 팔았다가, 원래대로 중과세될 경우 가만히 있을 납세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법 '오락가락'…대량 실직사태 현실화
경제 상황은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용과 직결된 비정규직법 개정작업도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추진해 오던 비정규직법 개정 작업이 별 성과가 없자, 올해 초부터는 한나라당이 직접 나섰다. 한나라당은 사업장별 또는 산업군별로 노사가 고용 기간 연장안을 협의하거나 비정규직법 적용을 2~3년 유예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노동부 내에서 "한나라당이 소득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는 원망이 흘러 나왔고, 여당 내에서는 "손 놓고 있던 노동부가 할 소리"냐고 맞서는 등 당정간에 갈등 조짐까지 나타났다.
해법 모색과 법안 발의의 주체가 정부에서 여당으로 또 다시 정부로 오락가락하면서, 자칫 입법 시기를 놓쳐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