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제약업계는 위해성이 거의 없다면서 판매금지라는 '강수'를 둔 데 대해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불.반품 행렬 이어질까 = 가장 불안한 이들은 판매금지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식약청은 현재 판매금지 리스트에 포함된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은 당장 복용을 중단하고 다른 약물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여러 협회와 전문가 자문을 종합한 결과 판매금지 의약품 1천122개 품목은 복용을 중단할 만큼 위해성이 크지 않으며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석면 오염우려 의약품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며 계속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일재 박사(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안전성평가본부 책임자)도 "이 약들은 석면으로 인한 안전상 문제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중장년층 이상 만성질환자와 암 투병환자 등을 중심으로 다른 약물로 교체를 원하는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 "해롭지 않다면서 업계에 책임 떠 넘기나" = 식약청이 이날 사상 초유의 1천122개 품목 판매금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주요 업체들은 대체로 중요한 제품은 없어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웨일스제약, 휴온스, 한국프라임제약 등 중소제약사는 수십 개 품목이 포함돼 타격이 예상된다.
판매금지 목록에 이름이 포함된 제약사들은 "해롭지 않다면서 왜 극단적인 조치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식약청의 '무소신 행정'을 비난했다.
특히 식약청은 이들 제품에 대해 새로운 탈크로 교체하기 전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매출규모가 크지 않은 제품은 대체로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업계에게 돌리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식약청의 늑장행정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비용을 고스란히 업계가 떠안게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위해성은 바닥 수준이지만 이미 국민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이라 고통을 업계에 분담한 것"이라고 답했다.
◇진료 일선 의료진.환자 혼란 불가피 = 식약청은 당장 이날부터 판매금지 약물의 처방을 막는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진료와 조제 일선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식약청은 이날부터 해당 약물의 건강보험 적용을 제한하겠다고 했으나 이 조치가 곧바로 완벽하게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 병의원의 처방시스템에 1천122개 의약품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가 반영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식약청은 조속한 시일 내에 처방시스템에 이번 판매금지 정보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얼마나 신속하게 시스템이 수정될지도 불투명하다.
약사들은 "환자들이 먹던 약을 들고 와서 교체를 요구하면 도대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한 상황을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탈크 함유 의약품의 대체약 리스트를 작성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배포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주경 의협 대변인은 "식약청은 의약품의 교환과 환불에 따른 불가피한 혼선을 최소화할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