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 미화를 포함, 10억여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았다”는 해명과는 상반된 것이다. 검찰의 주장이 맞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는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이날 구속 수감된 박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권 여사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돈을 줬다”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금액도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금품을 전달하기 위해 돈가방을 건넸다”며 “뇌물 사건은 계좌추적을 통해 물증을 찾기는 어려운 만큼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 진술,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르면 내주 초에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측근 인물들에 대한 수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4억원 이상의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상대로 건네받은 금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또 홍콩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태광실업의 현지 법인 APC와 관련 계좌 추적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를 소환,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이 돈과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건호씨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같은 수사 일정을 밟은 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를 모두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두 사람을 동시에 소환할지, 시차를 두고 소환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로 올린 글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치열한 법적공방을 예고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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