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이 작년 경제불황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한 채 현금성자산을 전년보다 16% 넘게 늘어난 42조원 가까이 쌓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52개사는 작년 말 현재 현금성자산을 69조1301억원 보유해 전년동기 62조9994억원보다 9.73%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현금ㆍ수표ㆍ당좌예금을 포함한 대차대조표상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더해 산출한다.
이 가운데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32조2268억원에서 40조6250억원으로 26.06% 증가했지만 단기금융상품은 30조7726억원에서 28조5051억원으로 7.37% 감소했다.
특히 10대그룹에 속한 기업은 현금성자산을 41조8566억원으로 16.88% 확대했으나 나머지 회사는 0.32% 늘리는 데 그쳤다.
전체 현금성자산에서 10대그룹 비중도 전년 말 56.85%에서 60.55%로 3.70%포인트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1조80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8조5197억원)와 LG(6조1694억원)가 뒤를 이었다.
금호아시아나(213.45%)와 GS(110.96%), LG(76.05%), SK(43.84%)를 포함한 6개 그룹은 현금성자산을 늘린 반면 롯데(-26.99%)와 현대중공업(-24.15%), 한진(-11.88%), 삼성(-0.55%) 4개 그룹은 줄였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5조6665억원으로 전년보다 17.75% 줄었지만 액수로는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자동차(4조7928억원)와 LG디스플레이(3조2628억원) 순이었다.
현금성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대한통운으로 전년 말보다 3조457억원(1만438.33%) 급증했고 LG디스플레이(1조3680억원)와 LG전자(6743억원)가 뒤를 이었다.
10대그룹이 현금성자산을 늘린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유동성 우려로 내부에 돈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120개 대표 종목은 전년대비 순이익이 25% 감소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금성자산 증가폭은 거래소가 제시한 수치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경기 불확실성과 자금난, 금융위기 부담 탓에 기업이 벌어놓은 자금을 투자하기보다는 자산 건전성을 위해 내부에 쌓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