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서울의 강남 3구에 지정돼 있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상당기간 유보될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해제 명분이 힘을 잃으면서 정부 내에서도 조기해제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강남3구 투지지역 해제와 관련 "시장 상황이라든지 세제를 운용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과세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할 문제"라며 밝혀 정부 내 이견으로 최종 결정이 유보된 상태임을 시사했다.
강남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지난해 말 기정사실화됐으나, 추가로 협의하라는 대통령 지시로 해제시기를 계속 미뤄 왔다.
그러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장관과 차관, 세제실장 등이 잇따라 나서 "당장 강남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투기지역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호전된 경제통계들이 속속 나오면서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 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집값이 오르면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강남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의 명분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
여기에 4·29 재보선 등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서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당정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재보선 등으로 여당과의 협의일정 잡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적당한 시기에 해제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정부가 해제할 확실한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규제완화가 더해질 경우 집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작년 말보다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제2롯데월드 허용 등의 지역적인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가 수천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강남3구 아파트의 월간 가격 변동률은 지난 2월 강남(0.34%)·서초(1.28%)가 서울 평균(0.12%)을 웃돌았고, 3월에는 서초(0.32%)·송파(0%)가 서울 평균(-0.1%)을 앞질렀다. 이달 들어 7일까지는 강남(0.30%), 송파(0.16%), 서초(0.08%) 모두 서울 평균(0%)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조기 해제를 주장했던 국토해양부도 재정부와 보조를 맞춰 최근에는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달 초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 문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안건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을 보고 해제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기존 입장에서 한발 후퇴했다.
한편,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정부가 관련위원회 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으면 국회 동의 없이 시행할 수 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소득세가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격으로 과세돼, 이 조치는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는 방안으로 이용돼왔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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