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최고위층 권력형 비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정상문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이 은밀히 노 전 대통령의 자금 문제를 해결해온 것으로 드러나는 등 권력형 비리는 한번 발각되면 일파만파 커지는 속성이 있다.
이에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은 우선 정치자금 제도를 투명하게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권력형 비리는 권력자의 국고사적 유용, 민간자금 반강제적 유입, 뇌물공여 유도 등 권력남용행위 등으로 나뉜다"면서 "각종 게이트 사건은 직ㆍ간접적으로는 이 세 유형이 모두 중첩돼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불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이므로 정치자금 제도의 투명성 유지와 개혁이 한국정치가 해결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 역시 "이번 사건은 준법정신이 철저하지 않고 정치자금제도 또한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어떤 권력이나 돈을 필요로 하고 기업은 돈으로 권력을 사려고 한다"며 권력형 비리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인들이 대기업들로부터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 자금으로 정권유지와 개인적 치부에 사용하게 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
역대 정권에서도 공권력을 사용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있었지만, 정권 후 검찰의 수사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처럼 주로 핵심 권력기관인 대통령 경호실장, 경제수석 등이 대기업을 상대로 정치자금을 모았다.
김 교수는 “불법자금 근절, 준법정신 등 모든 사항이 동시에 통제돼야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검찰수사가 얼마나 공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과거 정부 비리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건국 이래 대통령 주변의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고 전직대통령이 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형사처벌 받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제는 대통령의 비리나 친인척 비리에 대해 특별 감찰기구라도 설치해 사전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가중처벌하는 특별법 개정을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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