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의 위상은 지금 어정쩡한 상태다. 상위 기관인 복지부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데다가 기능과 역할 면에서도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청의 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식품안전관리에 관한 행정을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식품행정 일원화와 관련해 식품행정체계는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산업진흥은 농림수산식품가 더 잘할 수 있으나 식품안전 관리는 식약청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 장관은 당장 일원화를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식약청이 중심이 돼서 식품안전 관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발 멜라민파문으로 촉발된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간 ‘식품행정 일원화 논쟁’이 식품부의 ‘식품검사·검역청’ 신설 추진으로 식약청 위상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국민적 최대 관심사인 식품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원, 수산물품질검사원 등 4개 기관에 흩어져 있는 검사와 검역기능을 한데 통합해 ‘검사·검역청’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식품부 산하 검사·검역청과 복지부의 식약청 간 업무 분장에서 주도적인 입장에 나설 것으로 보여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식약청의 위상 및 기능 재정립은 정부의 조직개편 계획과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개편 방향 등과 맞물려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식약청이 현재의 모습에서 탈피, 새로운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서둘러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식약청은 내부 정비 또는 정부 차원의 위상 재정립 등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 받고 있다.
지금까지 외부에 비친 식약청 공무원들의 공직 수행 이미지는 지극히 권위적이고 고압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식약청은 뇌물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단속권과 인허가 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식약청 입장에서는 두 부류의 고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 쪽은 국민이며, 한 쪽은 업체들이다. 양 쪽 모두에게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은 어느 쪽에도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은 행정도 서비스 시대다. 행정기관은 국민과 관련 업체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고 업체에게는 편의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식약청의 올바른 공직수행 자세는 어떻게 하면 국민 건강과 위생안전을 보장할 것인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