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美 경기침체 오래간다"

2009-04-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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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에도 회복 어려워"…"좀비은행이 美 경제 에너지 빨아먹어"

   
 
미국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사진)가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미국 경제는 여전히 위축되고 있으며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도 크다고 경고했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로스는 전날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침체돼 있기 때문에 최근 4주간 이어진 뉴욕증시의 랠리는 베어마켓(약세장) 랠리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금융위기는 과거 경험했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회계기준을 완화해 은행들의 실적을 개선하려는 미국 정부의 은행 지원대책이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 회계기준협회(FASB)는 지난주 자산 시가평가 기준을 완화해 은행들이 대손상각을 줄이고 순익을 늘릴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소로스는 "회계기준 완화는 부실 은행들의 영업을 가능하게 해 미국의 경제 회복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좀비(zombie)' 은행들을 그럭저럭 살려보자는 시나리오는 경제의 에너지를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의 부실 자산이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자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회계 전문가들도 새 회계 기준에 따라 금융 기관들이 자산 건전성의 실체를 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로스는 은행 국유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은행 국유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재무제표상의 부채뿐이라며 향후 은행들의 실적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비꽜다.

소로스는 같은 날 가진 로이터파이낸셜TV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경제가 3분기나 4분기에도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내년에는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경제가 바닥을 치면 일부분은 자동적으로 반등하겠지만 V자 형태로 회복되지 않고 다시 정체되면서 가라앉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로스는 아울러 "현재 미국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있다"며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과 주택시장이 우선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에 대해 소로스는 "몇몇 바닥 신호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아직 바닥에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미 정부가 주택차압을 막기 위해 내놓은 여러 조치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소로스는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달러화가 매도 압력에 직면해 있어 결국 전세계 기축통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새로운 기축통화는 중국의 주장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이밖에 글로벌 경기후퇴에서 가장 먼저 빠져 나올 나라로는 중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이 연내에 경기후퇴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브라질도 철광석과 대두 수입국인 중국의 회복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빨리 성장력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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