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에 공급하기 시작한 자본확충펀드가 정부의 금융권 장악을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산정 기준이 명확치 않고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준공적자금이기 때문에 정부가 금융권을 흔들어도 견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7개 주요은행(국민지주, 신한지주, 하나지주, 외환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부산은행)의 시가 총액(34조2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은행들에 지원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정부가 자본확충펀드를 왜 20조원으로 정했는지 명확한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금융기관들을 수하에 두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임수강 민노장 정책전문위원은 "20조원이라는 규모를 확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근거가 있었을 텐데 정부가 공개를 안 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관치금융을 위한 정부의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자본확충펀드 20조원 산정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을 못하고 있다.
유영준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서기관은 "자본확충펀드 규모 책정과 관련된 명확한 근거는 금융위 내부 자료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자본확충펀드 총액이 주요 은행 시총의 절반을 넘는다고 해도 자본확충펀드가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 경영에 관여 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훈 금융위 과장은 "자본확충펀드를 20조원으로 정한 것은 은행의 실물경제 지원규모 및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라면서 "자본확충펀드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선주나 보통주 성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잘라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까지 거부감을 보여온 은행들이 올해 들어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자본의 성격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은 자본확충펀드의 투명한 운용에 대해서도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자본확충펀드는 준공적자금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준공적자금 성격을 가진 자본확충펀드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본 운용의 투명성과 누수현상을 체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는 실물지원, 구조조정, 부실채권 정리 등 자본 사용의 용처를 분명히 나눠 사용하게 되며 금융위가 매달 은행들로부터 자본 운용 상황을 제출받아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31일 8개 은행에 총 4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지원하고 은행들의 실물경제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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