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 충격으로 일제히 폭락했던 세계 증시가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1분기 들어 세계 증시의 차별성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던 공포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2일 보도했다.
지난해 세계 증시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일제히 가라앉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지난해 4분기 주요국 증시 중 하락세를 면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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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1분기 추이를 놓고 추세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충격에 휩싸여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던 투자자들이 경기회복을 점치며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분기에 13% 하락했다. 미국 주식을 제외한 다우존스 월드지수가 12%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뉴욕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셈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지수도 11~15%나 떨어졌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일본 닛케이225평균지수와 캐나다 S&P/TSX 지수는 각각 8%, 3% 빠지는 데 그쳤다.
가장 돋보였던 곳은 이머징마켓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1분기에 현지 통화 기준으로 4% 올랐다. 특히 지난해 65% 폭락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 급등했다. 유가 상승 덕을 본 러시아 RTX지수와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9%씩 상승했다. 이밖에 인도(0.6%)와 한국(7.3%) 증시도 선전했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국제투자전략 부문 공동 대표는 세가지 요소가 이머징마켓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 경제가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융주가 비교적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난달 증시로 대거 몰렸다는 것이다.
종목별로는 MSCI 글로벌지수를 기준으로 금융주가 21%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기술주로 2% 뛰었다.
세계 증시의 탈동조화는 투자자들에게 기대감도 주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부여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투자자의 선택이 중요해지는 것은 물론 지난해 말처럼 극도의 변동성과 매도세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리 랜즈먼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매니저는 "주가가 상당 기간 안정되면 시장 간의 단절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밀물은 보트를 밀어 올리겠지만 다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수요가 되살아나 원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 반등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캐나다와 브라질 등지의 시장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아시아가 유럽보다 나을 것으로 보는 펀드매니저들도 있다. 이들은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약발을 내면 지난해 낭떠러지로 추락했던 아시아지역의 수출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티븐 오스 페더레이티드인베스터스 CIO는 "아시아지역의 기업과 경제는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를 갖추고 있다"며 "올 1분기에 운용자금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스스로 얼마나 나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유럽보다는 미국 주식을 선호한다고도 말했다.
유럽시장을 낙관할 수 있는 이유도 없지 않다. 주가가 낮아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북미와 아시아시장의 올해 예상 평균 EPS(주당순이익) 대비 PER(주가이익비율)은 12배인 데 반해 유럽과 영국시장은 9배에 불과하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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