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만우절(萬愚節) 같은 하루

2009-04-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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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가 첨단 신약을 생산할 공장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지워 주겠다”

이는 믿기 어려운 농담처럼 들리지만,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실제로 한 말이다. 다름아닌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그 장본인이다.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제약업계 관계자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개최된 ‘한국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대국민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정부의 의지표현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무부처 장관이 한 발언이어서 큰 기대를 걸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일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제약산업의 현실이다.

또 제약업계는 이번 결의대회에서 그동안 고질적인 병폐로 인식받아 왔던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투명경영을 외쳤다.

이를 위해 5대 유통부조리 행위를 최우선적으로 근절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했다.

대학병원 등의 발전기금 지원행위를 포함해 공정경쟁규약 범위를 벗어난 국내외 학회지원 행위, 제약사의 의약단체 개별지원 행위, 시장선점을 위한 과도한 랜딩비와 처방사례비, 시행의무 이외 의약품의 시판후 조사(PMS)를 통한 지원행위 등이 5대 행위이다.

이날 대국민 결의대회에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 이종호 중외제약 회장 등 국내 제약사 대표 및 임원들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리베이트 근절을 외치기 위해 소위 국내 제약산업을 이끌고 있는 내놓으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그 어느때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날 제약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일이 벌어졌다.  2∼3개 국내 제약사를 포함해 7∼8개 제약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베이트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프랑스계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는 하루전날인 지난달 30일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제약사들은 혹시 이번 조사대상에 자사가 포함되지 않을 까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조사를 받으면 안 걸리는 제약사가 어디 한군데라도 있겠느냐”라며 업계 현실을 개탄했다.

한쪽에서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며 대대적인 행사를 갖고 있으면서, 또다른 한편에서는 혹시 이번에 공정위 조사대상에 걸리지 않을 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마치 이번 대국민 결의대회가 남들의 눈에 비치기 위한 하나의 쇼(SHOW)라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제약업계가 이번 대국민 결의대회처럼 리베이트 근절에 적극 나서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예산당국이 제약업계에 대한 조세지원 확대 여부를 제약업계의 자정 노력과 결부시킨 데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제약업체 연구ㆍ개발(R&D) 비용에 대한 세금감면 상시화 또는 일몰기한 연장 ▲대기업 R&D 투자액에 대한 감세폭 최대 5배 확대 ▲첨단기술 수출시 조세감면 ▲제약 중소기업의 인력기준 상향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제약업계가 자율적 정화 노력을 구체화한다면 세제지원 확대를 긍정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4월1일 만우절(萬愚節) 이었다. 이번 제약업계의 대국민 결의대회가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질 않기를 바래본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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