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실상 이렇습니다

2009-03-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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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화용 교수
필자는 IMF때 인턴을 했었다.  당시 전년도보다 적은 인턴 숫자에, 원래 적은 월급에서 그것도 깎여서 나오고….  또한 필자가 있던 병원에 관련된 모든 중환자실을 다 도는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인해 원래 힘든 초보의사 생활이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살인적이라고 할 만했다.

그 해 10월인가에 어느 날 어머니께서 필자에게 왼쪽 윗배쪽이 뜨금뜨금 아프다고 하셨다. 당시 오직 자고 싶고, 모든 것이 귀찮았던 필자는 치명적인 잘못을 하였으니, 어머니 얼굴도 안 쳐다보고, “위장약과 진통제 드세요.”라고 한 것이다. 며칠 뒤에 어머니께서 다시 아픈 부위 피부에 뭐가 났는데 무척 아프다고 하셨다. 이에 관심도 안 기울이고, “병원 진료 한번 받으세요.”라고 하였다. 추후 어머니는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았고, 이로 인해 필자는 불효자가 되었다.

또한 어머니께서는 자식만 믿다가 치료가 늦어져서 결국에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필자의 스승님께 치료까지 받으셨으니, 이 대상포진과 대상포진후신경통이야말로 필자가 통증의학을 전공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된 질환이다. 지금은 대상포진과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가 필자의 외래에 오면 어머니가 생각나서, 사죄하는 의미로 더 열심히 진료를 보게 되었다.

대상포진에 대해서 환자나 보호자가 본인에게 물어보면 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렸을 때 수두에 걸리고 나아도, 이 바이러스는 우리 몸 척수에 있는 후근신경절에 숨어 있게 된다. 후에, 나이를 먹거나, 큰 질환을 앓거나, 또는 수술을 받거나,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바이러스가 기어 나오게 된다. 이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기어 나오기에 처음에는 몸의 일정 부위에 통증이 있고, 피부에 도달하게 되면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생기게 된다.”

◆ 가슴과 안면부위에 많이 생기는 질환

대상포진은 몸 전체에 생길 수 있지만 가슴 부위와 안면부위에 많이 생긴다. 또한 먼저 신체의 일정부위가 아프고 나서 일정 경과 후에 전형적인 피부 발진이 발생하는 데, 보통 이 피부 발진이 생기기 전 4~5일 정도의 기간에 병원을 찾게 된다. 이 때 의사들이 대상포진을 진단 못하고, 다른 진단을 내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의 피부발진은 평균적으로 2~3주 동안 지속되며, 피부발진이 사라질 때 통증도 점차 소실된다. 이러한 대상포진의 치료는 약물치료로 항바이러스제제와 진통제, 항염증제, 항우울제 및 항전간제 등을 투여하며, 조기에 신경블록 등의 신경치료를 동반할 경우 대상포진후신경통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의 치료에는 여러 과의 협진이 중요한 데 피부과, 신경과와 통증의학과뿐 아니라 삼차신경 중 안신경을 침범한 경우는 실명이 생길 수 있기에 안과 치료가 필요하며, 안면 신경 및 청신경을 침범한 경우는 이비인후과 치료 등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안면부 대상포진에서는 통증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신경치료가 환자의 후유 장애 및 통증을 막기 위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환자 및 보호자가 대상포진 치료도 받고, 피부에 발진 및 수포 생긴 것도 다 나았는 데 왜 이렇게 아프냐며 본 통증치료실로 내원하여 묻는다. 이러한 경우를 대상포진후신경통이라 한다. 대상포진의 원인인 수두바이러스가 대상포진기에 신경, 특히 척수 뒤쪽에 이러한 물마마 같은 상처와 흉터를 만든 것이 대상포진후신경통이다. 따라서 이의 통증은 신경이 병든 것이기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치료도 오랜 기간 투약 및 적극적인 신경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신경치료 및 약물치료는 신경 및 척수의 상처와 흉터를 작게 만들고, 메워서 덜 아프게 만드는 치료다.”라고 설명한다.

◆ 발진 발생 1개월 후에도 통증 지속

대상포진 환자 중 약 9~34%에서 발진발생 1개월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를 대상포진후신경통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등 연령증가 외에 급성기 통증, 전구증상, 발진 등이 더 심할수록 발생 위험이 높으며, 여자에게서 약 1.6배 정도 더 발생한다고 한다.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은 지속적인 통증과 간헐적인 통증으로 나눌 수가 있는 데 지속적인 통증은 따갑고, 불에 데인 듯한 작열통, 박동성 통증이고,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통증은 예리하고, 찌르는 듯한 난자통인 경우가 많으며, 많은 환자에게서 정상적인 피부자극에도 통증을 호소하는 이질통을 보이기에 내복도 못 입겠다며 호소한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수두바이러스에 의한 척수후각의 병변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러한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치료로는 약물요법에서 항바이러스제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국소마취제 패치나 크림, 진통제, 항우울제, 항전간제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항우울제와 항전간제가 주치료제로 사용된다. 신경치료로는 신경근블록 요법과 고주파열응고술, 박동성 고주파치료 혹은 신경파괴술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신경치료로도 호전이 안 되는 경우에는 척수자극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포진후신경통의 경우 치료에 여러 가지 제도상의 제한점이 있다. 우선 첫째로 치료에 쓰이는 삼환계 항우울증약이 노인 연령 층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보여 사용에 제한이 되는 점이 많다. 따라서 이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제형인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억제제의 건강보험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항전간제의 경우 새로운 항전간제인 프레가발린이 작년부터 건강보험상의 혜택을 받고 있다. 둘째로는 건강보험상 신경블록 요법 및 고주파 치료 횟수 및 간격 제한의 완화 및 확대이다. 대한마취과학회에서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치료지침이 작년에 마련한 후 학회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니 이에 많은 환자들이 곧 혜택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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