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을 떠났던 투자자가 뭉칫돈을 들고 돌아와 유동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ㆍ외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에만 머물던 800조원 규모 시중 부동자금이 서서히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32포인트(0.60%) 오른 1229.02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로 뛰었다. 외국인은 201억원 순매수로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를 지키며 누적순매수 규모를 8257억원으로 늘렸고 매도로 일관하던 개인도 31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가는 이를 유동성장을 알리는 첫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주식시장 고객 예탁금은 2월 말 10조6500억원에서 24일 현재 11조7800억원으로 무려 1조1300억원 증가했다. 주식형펀드 잔고도 이 기간 138조800억원에서 139조3200억원으로 1조24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3년 만기인 AA- 회사채 금리는 6.60%에서 6.02%로 0.58%포인트 하락해 신용경색 또한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안전자산 선호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고객 예탁금과 주식형펀드 자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경기저점을 예측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국제유가도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2월 말 배럴당 33달러대로 급락했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날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54달러 가까이 뛰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유동자금이 더이상 위험자산을 기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기침체기에 유가 오름세는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재료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중자금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장을 위한 환경은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며 "하지만 박스권을 강하게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추가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일부 경제지표 개선으로 급등했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부실기업 구조조정 대책이 미약할 경우 시황이 순식간에 반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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