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공직자 형사처벌 의무화, 약발 먹힐까

2009-03-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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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제 식구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에 따라 공금횡령사건에 대해 형사고발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고발기준 마련이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강제적인 형사고발 의무화보다는 자체적인 내부 감사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횡령공직자 58%, 고발 없이 솜방망이 처벌

권익위는 25일 지난 2006~2008년 3년간 권익위의 부패통제시스템인 ‘제로미사이트’에 입력된 각급 기관의 ‘횡령사건 징계처리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공금횡령으로 적발된 공직자는 모두 490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159건(32.4%)이고 자체감사 등 행정기관 내부 적발은 331명(67.6%)이었다.

검·경 등 수사기관에 적발됐을 때는 내부징계와 함께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행정기관 내부에서 적발된 331건 가운데 58.6%인 193명은 해당기관에서 사법기관에 고발하지 않고 자체징계만으로 마무리해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권익위, 횡령공직자 형사처벌 의무화 추진

현행 국무총리훈령으로 된 지침에는 공직자의 범죄사실을 발견하면 행정기관장은 형사고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세부기준은 각급 기관별로 제정·운영하도록 해 일부 기관은 아예 고발기준 없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고발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규정이 있는 기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의 경우 2007년 5월 이전까지는 ‘3억 원 이상 횡령한 직원을 고발한다’는 내부기준에 따라 4명만 고발했고 이후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고 기준을 바꿨으나 고발대상자는 6명에 그쳤다.

이에 권익위는 공금횡령에 대한 고발기준이나 형사 미고발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4월 중 실시해 빠르면 5월 중으로 횡령공직자 형사고발 의무화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권익위는 “국무총리실과 사법당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1원이라도 횡령한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형사고발 한다는 내용을 총리훈령 또는 공직자행동강령에 반영하겠다”며 “만약 기관장이 형사고발을 하지 않았을 때는 인사책임을 묻거나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근무여건 향상과 상호 모니터링 필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 횡령 처벌기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무원 스스로가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할 것”이라며 “임시방편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여건조성이 먼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형사고발 의무화로 일벌백계하는 것은 창의적으로 할 일을 못하게 만드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시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외부고발심사위원회와 같은 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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