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경제가 매우 어렵다. 대기업들은 경영악화를 핑계로 협력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후려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백화점들도 3일에 하루꼴로 세일행사를 하다보니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도 나온다. 또한 서민들을 등치는 다단계 금융사기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기일수록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과거 경제위기를 겪었던 외국의 경우를 보자.
1930년대 대공황기에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자 1,000여개에 달하는 담합행위를 허용해 주었다. 또한 생산자가 도소매상이 판매할 가격을 자신이 지정하는 행위도 용인하였다.
오늘날 이같은 경쟁법 완화조치들은 과다하게 산출량을 감소시키고 필요한 가격인하까지 막아 소비자피해를 초래하고 경기회복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1990년대의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쟁정책을 강화하였다. 1997년과 1999년 두차례에 걸친 특별 입법을 통해 경쟁법 적용 면제를 인정하는 조치들을 대폭 축소하였다.
또한 서면실태조사 기법을 도입하여 대기업 횡포에 대한 조사와 시정 노력을 강화하였다. 이같은 조치들은 오늘날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반칙행위들이 용인되고 공공연하게 행해진다면 소비자나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초래하고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 미국과 일본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교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위기로 인해 경제가 어렵더라도 시장경제의 효율적 작동을 망가뜨리는 반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 흔들림 없이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경제적 어려움을 중소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법집행을 강화하여 대중소기업간 상생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기상황일수록 오히려 철저한 시장감시와 공정거래법 집행이 필요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제협력과장 송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