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은행들의 대출을 늘리며 경기 부양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 내 외국계 은행들은 대출에 애를 먹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중국 국영 은행들은 정부의 4조 위안(약 818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수많은 기간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은 대개 국영기업이 도맡을 예정이다.
때문에 중국 내 외국계 은행들은 대출 대상이 다국적 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타격을 입은 중국 중소기업들은 실적 부진과 금융권의 자금 회수 움직임으로 신음하고 있고 중국 내 다국적 기업들도 투자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도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내 외국계 은행 전체 자산 중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하이 소재 은행들의 지난달 대출 규모는 한 해 전보다 72억 위안 감소했다. 이는 지난 1월 감소치 18억 위안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액이 일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난 1조700억위안에 달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에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지난달 외국계 은행들을 상하이로 소집해 시장 수요 분석 등 대출 활성화 방안과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국계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급격히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HSBC는 현재 중국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기간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댈 예정이지만 올해 대출 규모는 크게 줄었다. 씨티그룹이나 스탠다드차터드 등도 농촌지역에 지점망을 갖추는 등 지점 수를 늘리고 있지만 고객수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웬 춘링 애널리스트는 "현 경제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급격히 대출을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은행들은 모기지 대출이나 자동차 대출 등 보다 안정적인 소비 관련 대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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