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노조, 밥그릇 싸움에 동지도 ‘외면’

2009-03-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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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 물량 나누기, 공장간 이기주의로 무산 위기

현대차 울산공장의 물량 나누기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윤해모 노조 지부장이 지난 19일 勞勞갈등의 불씨였던 공장간 물량 나누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인 20일, 3공장 사업부 위원회가 이를 전면 거부<사진>했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3공장은 아반떼와 i30 등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터라 일감이 넘쳐 특근까지 하고 있다. 반면 2공장 등 다른 라인은 일감이 없어 정규 근무시간조차 단축근무를 해야 하는 등 공장간 물량 불균형이 지속돼 왔다.

때문에 현대차는 경제위기기 지속되면서 물량 불균형이 심해지자 노조에 물량 나누기를 요청했고, 윤 지부장은 19일 담화문을 내 이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윤 지부장은 담화문에서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반떼를 울산 2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울산 5공장에는 투싼 후속, 아산공장에는 쏘나타 후속, 울산 1공장에는 베르나 후속 차량과 신차종 투입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며 “고용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물량나누기를 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경기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다 차종 생산체제 설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방침에도 같은 노조원인 3공장 사업부 위원회는 20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물량 나누기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한배에 탄 운명인 노조 내부에서 조차 님비주의의 전형인 소집단 이기주의의 극단을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노조 관계자는 23일 “지난 20일 3공장 사업부 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물량 이동에 반대의견을 낸 것은 맞다”며 “그러나 3공장 사업부 위원회는 결정 권한이 없기 때문에 노조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3일 현재 노조 집행부와 3공장 위원회 대표 등이 물량 이동과 관련해 논의 중이어서 회의가 끝나야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가서 공지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3공장 사업부 위원회가 반대를 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노동자’라고 밝힌 이는 20일 민투위 게시판에 “3공장을 제외한 전 공장이 정규 시간도 못 채우고 있다. 3공장 사람들만 물량 확보해서 잘 먹고 살면 그만인가? 노동자는 하나라고 주장하더니 밥 그릇 앞에서는 의미 없는 외침인가”라며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노조원은 “2공장 이관 물량은 3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라며 “소속조직의 실익만 챙기는 통에 조합원들만 죽어난다. 너무나 이기주의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3일 “경제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공장간 물량을 나누자고 한 것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금속노조가 일자리 나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내부에서 조차 이를 반대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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