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성 단기자금 800조 육박

2009-03-23 07:06
  • 글자크기 설정

금융 한파의 영향으로 위기론이 실물경제로 번지며 투자가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을 떠도는 단기자금이 8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형펀드, 요구불 예금, 은행 시장성 수신(CD, RP 등),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고객예탁금 등 1년 미만 단기자금이 지난달 말 현재 784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같은 금융권 총수신(지난해 말 기준) 1525억4000억원의 절반 수준(51.4%)으로 2006년(611조), 2007년(665조8000억원)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잇고 있다.

금감원은 단기자금이 입출금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월 집계를 공개하지 않지만 단기수신이 올해 1월 5조7000억원, 지난달 29조8000억원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달 말 80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단기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MMF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4조원(125조원→129조원) 증가했고 CMA도 2조원(35조원→37조원) 불어났다.

단기자금 800조원은 올해 정부 연간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284조5000억원의 3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경예산이 집행되면 단기자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당분간 별 움직임이 없다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증권시장 등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놓고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회복 시그널(신호)을 기다리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자금이 줄어들기보다는 정부의 재정확대나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시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금융시장 여건이 호전돼도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인 부동산시장으로 단기자금이 흘러가기는 어렵고 주가의 바닥신호를 보고 증시로 이동하거나 안정적인 고금리 은행상품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법인과 개인자금이 7대3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MMF의 증가 추이를 보면 기업이나 가계 모두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을 묶어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법인은 대기성 자금을 운용자금으로 쓰게 될 것이고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이나 펀드상품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은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아 최근에도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분위기"라면서 "보다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와야 단기자금이 증시에 투자되고, 나아가 실물부문으로도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