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훈 칼럼) 불황 하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2009-06-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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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 IB(투자은행)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예외 없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우리 국민들 역시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우울한 경기침체 소식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결과 이제 '마이너스 성장' 정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자리나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소득이 얼마쯤 줄어드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치부되는 상황이 됐다.


세계경제가 동시불황에 빠져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만 순탄한 회복세를 보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거의 일반상식처럼 돼 버렸다.

그러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느낌이나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동일한 수치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이 공존할 수 있다.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이제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팩트이므로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각도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제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지금도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신호들을 포착할 수도 있다.

경제는 심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신호들 가운데에서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국내경제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

첫째, 제조업 생산동향을 보면 경기가 더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통계청의 산업생산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중 전기비 -12.5%의 급격한 둔화를 시현했던 제조업이 금년 1월에는 전월비 1.5% 증가했다. 일시적이며 불규칙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지난해 4분기에 진행됐던 제조업의 급속한 둔화추세는 일단락된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더라도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추가적인 경기침체의 심화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은 크다는 뜻이다.

둘째,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부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GDP통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제조업은 전기비 연율 -40%의 극심한 침체를 보였지만 서비스업은 -5%의 완만한 둔화에 그쳤다.

물론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제조업의 부진이 고용시장 등을 통해 서비스업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조업 부진과 이를 초래한 수출급감이 완화되거나 단기간 내에 해소된다면 서비스업에서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둔화현상이 소폭에 그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수출부문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으나 일본의 1월 수출 -45.7%, 중국의 2월 수출 -25.7%에 비하면 우리 수출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교역규모의 수축, 금융중개기능의 저하로 인한 무역금융의 위축을 초래하므로써  수출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달러강세를 유발함으로써 달러 표시 수출금액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1~2월의 전년동기비 수출증가율이 달러기준으로는 -25.6%이지만 원화기준으로는 10% 내외의 증가로 나타난다. 제값을 못 받는다는 문제는 있지만 수출물량 자체가 크게 줄지는 않은 상태이다.

다만 문제는 경쟁국에 비해 수출부진이 경미한 이유가 원화의 약세에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해외보다 국내경제의 체감경기가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급격한 달러약세나 원화강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다.

해외경제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

최근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있다. 주요국의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및 은행간 거래의 지급보증 등으로 글로벌 시스템 차원의 붕괴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중심축인 리보(LIBOR)가 최근 1.2%대, 글로벌 자금 시장의 불안지표인 TED스프레드도 1%를 중심으로 안정화되면서 글로벌 차원의 자금순환 시스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편 실물부문에서도 세계경제 성장 한 축인 미국의 소비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아직 소비심리는 위축된 상태이지만 2월중  미국의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양호한 전월비 -0.1%를 기록하여 소비가 저점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절기상으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봄이지만 경제의 봄을 느끼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새 봄에는 산뜻한 봄나물이 생기를 불러오는 것처럼 경제에서도 이제는 위기나 침체라는 말보다는 감칠맛이 나는 희망의 소식을 듣기를 기대한다.

경제의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과 긍정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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