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들 비자금에 일격을 가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대법원은 예금 명의자만 예금주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만든 계좌는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예금 명의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금융기관이 차명계좌인 줄을 알고도 계좌개설에 관여할 때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행정제재를 받기 때문에 만만치 않는 현실이다.
만약 예금 명의자가 ‘예금 출연자(실제 돈의 소유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킨다’는 별도 약정을 해놓고 차명계좌를 만들어 차후에 예금반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하더라도 외부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지난해 4월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검에서 삼성그룹은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남긴 차익 564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삼성화재에서는 재무책임자가 차명계좌를 통해 9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일부 금융회사는 예금주에 대한 실명확인 의무와 자금세탁 혐의거래 보고의무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차명계좌가 일부 존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계좌의 예금을 놓고 기업과 명의상 예금주 사이에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에는 예금 출연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묵시적 합의나 명시적 약정이 있으면 예금 출연자를 예금주로 인정했다.
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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