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신임 외환은행장으로 임명함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재점화될 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 12일 래리 클레인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를 신임 외환은행장으로 선임했다. 리처드 웨커 전 행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업계에서는 론스타가 관리형 경영자 대신 M&A 전문가를 신임 행장으로 선임한 데 대해 조만간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클레인 신임 행장은 캐피털원에서 전략적 M&A 업무를 총괄하고 도이치방크 상무 재임 시절 뱅커스트러스트(Bankers Trust) 인수업무에 관여하면서 굵직한 M&A 협상들을 성사시킨 바 있다.
또 캐피털원 파이낸셜 대표, CVC캐피털파트너스 고문, 글로벌파이낸스서비스의 대표를 거쳐 지난 2007년 FRB 이사를 역임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물로 통하는 인물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클레인 행장을 데려온 것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익히 알려진 인물이라 외국계 은행과의 접촉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 사정에 정통한 웨커 전 행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앉혀 클레인 행장과 투톱 체제를 이루게 한 대목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의장은 M&A에만 전념하도록 했다"며 "앞으로 현장 중심의 M&A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웨커 전 행장의 상임 이사 임기가 내년 3월로 1년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매각 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주가가 1년 동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론스타가 매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지난달 시행된 배당을 포함해 총 투자금 2조1548억원의 87.3%에 해당하는 1조8809억원을 이미 회수한 상태다.
이익을 실현한 뒤 발 빠르게 매각에 나서 추가 이익을 챙기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론스타는 조만간 외환은행 매각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기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기에 매각 협상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KB금융지주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당분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하나금융지주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해외에서 인수자를 물색하기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모두 외국계 은행이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돼야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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