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인'자는 참을 '인(忍)'이다."
90년대 초 인터넷 통신망이 고도화되지 않아 속도가 느리던 시절 유행했던 유머다.
이제는 CD 1장 분량의 영화를 1분 이내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인터넷TV(IPTV), 인터넷전화(VoIP) 등 IP 기반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요즘은 불황인 탓에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유선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 번호이동이 늘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걸맞지 않는 가입처리 속도 때문에 소비자들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기존 유선전화 가입자가 쓰던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본인 확인 등을 거쳐 신청에서 설치까지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동전화의 경우 번호이동시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가 된다. 반면 인터넷전화는 신청 후 5일 정도 지나야 가입승인과 설치가 이뤄진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선전화 1위 사업자인 KT와 협의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시 본인 확인 등 가입 절차를 정해놨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를 살펴보면, KT 유선전화 가입자가 타사 인터넷전화 가입을 신청하면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TC(Tele-Checking)를 실시한다. 이후 KT 고객센터에서 본인 확인, 요금 미납 확인 등 전산심사를 거친다. 여기까지 2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후 연관상품 확인 요청 및 고객 직접 해지를 거쳐 착신전화·해지·개통 등으로 3~4일 정도가 걸린다.
결국 유선전화 가입자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신청하면 KTOA와 변경 전 사업자 등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아야 확인 절차를 거치고 3~4일 정도 기다린 후에야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본인 확인, 전산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번호이동 자체를 철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실제 개통률은 신청건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인터넷전화가 대부분 초고속인터넷, IPTV 등과 결합상품으로 출시되지만 설치가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가 지배적 사업자인 KT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TC 과정을 폐지해야 한다.
TC는 가입자 의사와 무관하게 불법적인 업체 변경이 용이했던 시외전화 사전선택제에서 차용해왔다. 인터넷전화의 경우 설치를 위해 가입자 댁내 방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번호이동시 TC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본인 확인 절차에서 역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전화 번호이동과 같이 실시간 개통시스템을 도입해 변경 전 사업자가 착신전환을 요청하면 변경 후 사업자는 즉시 교환기 착신전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