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에 물가 '꿈틀'.. 원화가치 하락=물가상승 초래
소득감소 고물가에 적자가정 증가..저소득층 55% 적자에 '허덕'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압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가 동반 감소하는 등 금융위기 여파가 가계수지 흐름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널뛰는 환율..물가 불안 부채질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또 다른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류 및 곡물 등 수입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8%포인트 상승한다. 이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올라가는 소비자물가 0.2%의 4배나 된다. 그만큼 환율 상승은 물가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종가 기준 1534.00원으로 2월 저점인 1378.50원보다 11.3% 상승했다. 단순 환산하면 1월 소비자물가인 3.7%가 4.5%이상 오를 만한 요인이 생겼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가정이 있다. 우선 환율 상승이 물가로 연결될 때까지 1~2분기 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면 환율 상승분이 상쇄될 수 있다. 또 그동안 환율이 내려가게 되면 물가 상승 요인이 그만큼 사라질 수도 있다.
연초에 물가를 올리는 업계의 동향, 지난해 눌러뒀던 물가 상승 요인이 분출되는 양상, 지난해 특수 상황에서 인하폭을 늘렸던 각종 유류세의 정상화 등도 향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득·소비 감소..가계수지 악순환
문제는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침체와 환율불안 여파로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08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작년 4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302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고 실질소비는 203만원으로 3.0% 감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 실질 소득과 소비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이는 작년 9월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가 4분기 이후 국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구조조정 등으로 소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간으로 볼 때도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30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0.2% 줄었다. 연간 수치로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에 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우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은 적자가구 비율이 상승하면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가구 중 소득 하위 30%(소득 1~3분위) 계층에서 가계살림이 적자가 난 가구의 비율은 55.1%로 전분기보다 4.4%포인트 상승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7분위 비율은 23.1%로 전분기보다 1.5%포인트, 소득 8~10분위의 상류층은 10.4%로 2.7%포인트가 각각 줄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고소득층은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다는 의미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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