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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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동유럽 국가군과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일부 국가로부터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유럽에서 경제악화 추세가 심화되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동유럽 국가로 외화유동성 위기가 파급되고 있다. 유로 지역 GDP성장률은 2007년 1분기 3.3%에서 작년 4분기 0.6%로 가파른 둔화세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유로존 지역 수출에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는 수출이 급감했고 경상수지 적자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외화유동성 사정이 크게 악화됐다.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되면서 서유럽 금융기관이 이들 지역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한 것도 동유럽 국가를 급격한 위기에 빠뜨린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동유럽 신흥국가는 전체 채무 만기도래액이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체코와 폴란드, 터키 3개국은 작년 9월 이후 해외 공모 발행을 통한 외자자금 조달 실적이 사실상 전무할 정도이다. 이달 13일 기준 국가별 CDS프리미엄을 살펴보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가 각각 1400bp와 735bp로 거의 디폴트 수준에 육박해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 슬로바키아도 작년 10월 금융위기 수준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금 시세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금과 달러화는 서로 대체재 관계로서 금 시세와 달러화 가치는 뚜렷한 역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작년 말 이후 국제 금시세가 달러화 가치와 동행관계로 바뀌었다. 통상 국제금융시장에서 리스크가 커질 경우 안전자산인 달러화 표시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뚜렷했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최후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금도 달러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시세는 작년 11월 중순 온스당 740불대에서 최근 940불대 수준까지 상승함으로써 안전자산 선호 성향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도 주시해야 한다. 원ㆍ달러 환율은 1월 하순 달러당 1300원 후반대에서 2월 중순 들어 1400원대 후반을 육박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달러강세 기조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북한 미사일 문제와 같은 국내 문제도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 시각에서 보면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에 대한 만기연장과 신보와 기술신보 보증비율 100% 상향화를 통해 기업 신용위험을 정부쪽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환율불안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경기부양 조치뿐 아니라 시장 신용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실질적인 증시회복 시점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긴 호흡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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