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8일 오후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본당 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미사는 그가 살아왔던 삶처럼 소박하게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추기경이 남긴 재산이 없다고 알려져 고인의 검소한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의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는 18일 "추기경님의 재산은 남기신 게 거의 없다"고 밝혔다.
허 신부는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추기경님이 은퇴하시고 난 뒤에도 은퇴 신부에게 드리는 생활비만 받아서 생활하셨기 때문에 통장 잔고가 거의 없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생활보조금으로 월 250만원씩 지급이 됐는데 이는 다른 신부하고 차이가 없는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의 재산 관리권을 가진 서울대교구장을 지냈지만 누구보다 청빈했다.
명동 성당 관계자는 "한번은 혜화동 숙소에 행려자가 침입해 돈을 요구하자 김 추기경은 '나는 수중에 돈이 없다'며 행려자를 기다리게 한 뒤 비서 신부에게 돈을 줘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신부들은 "김 추기경의 통장 잔고는 1000만원도 훨씬 안되는데 선물로 산 묵주 등에 지불하고 나면 모자랄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김 추기경은 평소 도움을 요청한 분들을 도와주려고 보조금을 쓰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허 신부는 정부가 고 김수환 추기경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고인의 유지와 맞지 않는다며 고사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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