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가 큰 부자들을 고객으로 삼아 호황을 누려왔던 업종들이 위기에 놓였다. 경기침체로 부자들의 지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교육, 안경, 세탁 등의 업종이 부자들의 소비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영국 국가통계청이 지난해 영국인들의 가계소비를 분석한 결과 가구 소득 상위 10% 가구는 한 주 동안 전체 지출의 40%를 세탁과 교육에, 30%는 안경점과 병원을 이용하는 데 각각 할애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가구 소득 상위 10% 가구가 한 주 동안 지출한 돈은 모두 1700파운드. 이는 전체 가구의 평균 지출 규모(650파운드)를 크게 웃돈다. 연금과 저축, 소득세, 주택대출금 등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이 한 주간 지출한 금액은 총 800파운드로 평균치의 두 배에 달했다.
고소득 가구의 소비 규모가 월등히 큰 만큼 이들이 소비를 줄이면 고소득자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영업을 해왔던 일부 업종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의 양산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 1980~1990년대만 해도 경기가 둔화되면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만 파장이 일었지만 이번 불황은 모든 업종과 지역, 계층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롭 윌슨 영국 워윅대 교수는 "경기후퇴의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금융 및 주택시장의 침체로 전혀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부자들이 불황의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지만 이번에는 금융업 종사자와 부동산 투자자 등 고소득자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게 됐으며 그 결과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업종도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CIPD)의 존 필포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고용시장은 최근 몇년 새 고소득 직군과 여기에 예속된 기타 업종으로 양극화됐다"며 "그 결과 고소득자들이 경기불황으로 타격을 입게 되면 나머지 업종 종사자들도 고통을 받게 되는 '역(逆)적하효과(트리클 다운)'가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특히 노동당 집권 10년간 신용버블로 부자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업종이 급증한 터라 불황이 장기화되면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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