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 방식 은행 자본펀드 수혈

2009-02-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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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개별 은행에 지원 한도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함에 따라 모든 은행이 수시로 이 펀드를 이용해 자본을 늘려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올해 만기 도래하는 160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원칙적으로 1년간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 줄 경우 기업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기업의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마이너스 통장' 방식 자본 지원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 및 은행장 워크숍에서 은행장들은 은행별로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한도(크레디트라인)를 설정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수용했다.

   정부는 애초 크레디트라인 설정 없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으로부터 개별 신청을 받아 지원할 계획이었다. 은행권은 이에 대해 대내외에 `부실 은행'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정부의 경영권 간섭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은행별 크레디트라인을 설정해 모든 은행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개별적으로 신청할 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또 펀드의 지원을 받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거나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펀드를 활용해 적극적인 실물경제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외채지급 보증 때와 비슷하게 총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별로 이용 한도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며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은행들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쓰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희망금액과 자기자본 규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해 은행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은행에 1천억 달러 규모의 외화지급 보증을 할 때 외채규모를 기준으로 은행별로 한도를 부여했다.

   금융당국은 자본확충펀드의 사용 용도와 지원조건 등과 관련해서도 은행장들의 제안을 최대한 반영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자본확충펀드가 어려운 은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 펀드는 은행들이 하이브리드채권이나 후순위채를 시장에서 발행할 때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해 자본을 늘려주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는 출연 규모의 절반을 한국은행에서 저리로 대출받기 때문에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용공여 한도를 부여하는 방식의 자본확충펀드 활용을 반기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은행별로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고 기업 구조조정이나 중소기업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자본확충펀드의 사용 목적을 구조조정,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정해놓고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장 자본확충펀드를 쓸 필요는 없겠지만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얼마나 확대되고 가계 부실이 어떻게 실물로 전이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봐서 펀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 中企대출 만기 연장..부작용 없나
금융당국과 은행이 올해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원칙적으로 모두 만기 연장해 주기로 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이 붙은 대출은 물론 보증이 없는 중소기업의 일반담보 및 신용대출도 폐업이나 부도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기 연장 대상이 된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24조 원으로 이중 보증부 대출 34조 원을 포함해 160조 원가량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지금도 중소기업 대출의 90% 이상을 만기 연장해주는 상황에서 이를 100% 가까이로 끌어올리면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연장을 해주더라도 시설자금을 제외한 운전자금 대출 또는 연체가 없는 기업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중소기업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선별적인 유동성 지원을 강조해왔다.

   은행들이 거래기업을 4개 등급으로 나눠 A등급(정상기업),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에는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고 C등급(부실징후 기업)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집어넣는 것이다. D등급(부실기업)에는 자금 지원이 중단된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경우 자구노력을 전제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자금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날 워크숍에서 일부 은행장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다며 적립 기준의 완화를 건의했고 금융당국은 실무적인 검토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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