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실물 경기의 가파른 하락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해외채권 가산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해외채권 가산금리 상승으로 국내 시중 은행들의 외화수급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게다가 다음 달 은행들의 외화차입금 만기가 몰려 있어 어려움은 더욱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나 정부의 달러 유동성 지원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와 같은 유동성 부족 사태를 맞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외평채 5년물의 가산금리가 지난해 10월 7.91%까지 올랐던 것이 지난해 말 3.40%로 크게 떨어졌지만 최근들어 다시 3.55%(12일 기준)까지 뛰어 올랐다.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외화채권의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가산금리가 높을 수록 시장은 해당 채권의 위험도가 큰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일 현재 5.80%로 사흘 사이에 0.64%포인트, 국민은행CDS 프리미엄은 4.57%로 같은 기간 0.51%포인트 뛰었다. 외평채 가산금리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외화조달 비용이 커진다.
이같은 CDS프리미엄 상승은 국내 은행들의 조달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외화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 미국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실망감, 영국과 러시아의 금융위기설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국내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해외점포 제외)의 해외채무 약 350억 달러 가운데 3월에 약 100억 달러가 집중된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130억 달러가량의 엔화 차입금 중 10억~20억 달러가 다음 달에 만기도래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와 영국 등 유럽지역의 위기설 등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며 외화조달 여건이 최근 다시 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일본 은행의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국내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른바 '3월 위기설'이 있지만 3월 만기 규모를 볼 때 현실화 가능성이 낮고 영향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외화부채 대비 외화자산 비율인 외화유동성 비율이 100% 수준이고 지난해 4분기와 달리 만기 1개월 이상의 외화차입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외환보유액과 올해 경상수지 흑자전망 등을 고려할 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