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미국 재무부의 금융구제안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주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금에 대한 관심이 역시 높아지고 있다.
금융구제안이 발표된 10일(현지시간) 미국증시의 주요 지수는 5%에 육박하는 낙폭을 기록하는 등 금융위기발 경기침체의 회복 기대감은 다시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금융위기 사태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은행권의 회복이 요원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확산된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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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간 금값 추이 (출처: bigcharts) |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0.30 달러(3.3%) 상승한 944.50 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949 달러를 기록하며 950 달러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값의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 드레즈너방크의 바이람 딘처 상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위험기피 심리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백금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는 이날 금에 대한 투자를 894.7t으로 1.5% 늘렸다고 밝혔다.
MF글로벌의 톰 폴리키 애널리스트는 "금으로의 투자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값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온스당 980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헤리티지 웨스트 퓨처스의 랄프 프레스톤 상품 애널리스트는 "금값은 950 달러와 955 달러를 차례로 넘어설 것"이라면서 "980 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은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이날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39 센트(3%) 오른 13.52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이후 최고치다.
팔라듐 역시 귀금속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3월 인도분 팔라듐 선물 가격은 215.80 달러까지 올랐다. 올들어 상승폭만 14%를 넘어섰다.
백금과 팔라듐은 보석과 자동차의 공해 억제 장치에 주로 사용되며 지난해 미국 자동차 '빅3'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바 있다.
귀금속 가격의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금을 비롯한 귀금속의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가 최대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금과 백금 같은 귀금속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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