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로 인해 금융당국과 국민연금공단 사이에 일명 5%룰의 적용주기 및 방법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자통법은 금융시장의 규제를 완화시켜 글로벌 금융회사를 육성하고, 중소형사는 특화된 기능을 앞세운 전문 금융회사로 키워 나간다는 게 기본 취지이다.
이에 증권, 자산운용, 선물, 종금, 신탁 등 5개 업종간의 겸영이 가능해졌고, 그동안 각기 따로따로 존재했던 관련 법령도 자통법으로 단일화됐다.
그러나 이번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하나하나 부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에 대한 주식 대량보유∙변동보고(일명 : 5%룰)와 임원∙주요주주의 주식소유상황보고(일명 : 10%룰) 규정이다.
5%룰은 경영권 보호 및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법인의 지분(주식)을 5% 이상 소유하게 될 때(소유보고)와 이후 1% 변동시마다 익월 10일까지 공시(변동보고)해야 하는 규정이다.
또 10%룰은 내부자 정보거래 방지 목적으로 개별종목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이후 단 한주라도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익월 10일까지 보고토록 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연금은 10%룰을 수년동안 위반해 왔고, 자통법 시행시점을 계기로 보유지분율이 10% 이상인 14개 기업의 주식은 모두 매각해 10% 미만으로 낮췄다.
5%룰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경영권과 관계가 없다고 보고 적용 대상에서 면제됐었다.
그러나 이번 자통법에서는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예외규정을 두지 않고, 지분 변동시 익월 5일까지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한 것이다.
더욱이 작년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액은 약 220조원에 달하며, 2043년경에는 25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현재 국민연금이 주식으로 운용중인 기금액은 해외주식까지 포함해 약 33조에 달한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4.9%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영향력도 크다.
운용기금의 규모면에서는 국내 최대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재산(보험료)으로 기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하고, 그 다음이 수익성이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공공성이 강한 연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5%룰 적용기준은 너무 과도하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에따라 5%룰 적용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시장투명성 확보 명분으로 현 자통법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금공단은 5%룰을 적용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게 연금의 투자전략이 노출되어 수익성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보고의무 기한을 5일 이내로 규정할 경우 약 30여개사에 달하는 민간 위탁운용사들의 투자업무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취합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따른 행정적 업무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다.
5%룰 적용주기 및 시기 등 그 방법을 놓고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금의 안정성에 최대 가치를 두면서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연금의 수익성도 간과할 수 없기에 두 가지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