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2부(서명수 부장판사)는 A 씨가 미래에셋증권과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개인 투자자 B 씨는 미래에셋의 한 지점에 개인 사무실을 받고 이 회사 부장 행세를 했다.
증권사는 보통 거래실적이 많은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객장 한쪽에 `사이버룸' 또는 `VIP실'이라는 개인 사무실을 내주는데 B 씨는 원래 이 방에 붙어 있던 문패를 떼냈고 `미래에셋 ○○지점 부장'이라는 명함까지 새겨 썼다.
B 씨를 실제 `부장님'으로 부르던 직원들은 그에게서 직원을 사칭하는 명함을 봤지만 "쓰지 말라"고 말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2006년 R사 대주주 C 씨에게 50억원을 투자하면 자신이 운용하는 수백억원을 동원해 R사 주가를 끌어올려 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장 그만한 돈이 없던 C 씨는 A 씨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A 씨는 투자를 할 B 씨에게 직접 맡기는 조건으로 5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A 씨는 부하 직원을 객장에 있는 B 씨 사무실로 직접 보내 증권사 부장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50억원 짜리 수표를 넘겼다.
하지만 이미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70여억원도 투자를 잘못해 큰 손실을 낸 B 씨는 약속과 달리 이 돈으로 다른 종목 주식을 샀고 돈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잠적했다.
B 씨는 2007년 체포돼 징역 3년10개월형을 선고받았지만 C 씨로부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A 씨는 증권사와 B 씨를 상대로 피해액 50억 중 1억원을 먼저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A 씨가 C 씨에게 50억원을 빌려준 것일 뿐 B 씨와 직접 투자 약정을 한 것이 아니므로 B 씨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한 "설사 B 씨의 A 씨에 대한 불법 행위가 성립된다 가정해도 A 씨는 B 씨가 돈을 회사 업무와 관련해 받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받는 것을 알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 증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반대 결론을 냈다.
2심 재판부는 "비록 불법 행위를 돕지는 않았지만 주식매매나 위탁판매가 객장 상담에 의해 주로 이뤄지는 만큼 증권사는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객장을 지휘, 감독,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증권사의 과실이 B 씨를 개인 투자자가 아닌 부장급 직원으로 오해하게 했으므로 B 씨의 불법 행위와 A 씨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증권사는 50억원 중 30%인 15억원을 줄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투자를 위탁받은 B 씨가 약속한 정산일에 돈을 직접 A 씨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B 씨가 A 씨에게 돈을 빌린 것은 아닐지라도 50억원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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