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연초부터 글로벌 경제위기에 맞서 한국형 워룸인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고 있지만 위기 대응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청와대측은 지난달 6일 경제상황실이 첫임무로 ‘비상경제전략지도’를 작성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략지도에는 분야별로 전략적 성과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실행지표가 담겨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책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도에 각부처별로 실행 책임자를 지정해 실행지표를 수행하는 과정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1달 가량 지난 지금 이 전략지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에 물어보자 “초기 아이디어 차원에서 경제전략지도 작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폐기됐다”고 답변했다. 위기 대응책의 기본계획골격인 전략지도의 작성이 경제상황실의 첫임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한달 전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청와대 내부의 의사소통의 오해(미스커뮤니케이션)도 문제다. 청와대는 당초 전략지도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제 와서는 초기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 대상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의 공식 입 ‘대변인’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비판에 대해 “내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됐다. 공보라인이 전략지도의 개념을 잘 몰라서 생긴 오해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물론 청와대의 “전략지도를 안 만들었다고 아무 일을 안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는 해명도 일리는 있다. 이날 현장 비상대책회의까지 5차례 회의 준비만은 열심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회의준비' 만 하라고 경제상황실을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한 것도 아니다.
워룸의 존재이유는 마이너스 성장, 취업대란, 고용한파 등 전방위 위기에 직면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경제회복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기본계획 조차 없는 경제상황실의 신속대응이 과연 얼마나 실효적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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