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역마진 부담이 커진 은행들이 기존 금리 체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 비용을 낮추고 예대마진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금리 체계를 조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오를 때는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리다가 이제 와서 금리 체계 변경을 운운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태라는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이는 기존 대출금리 산정 방식에서 탈피해 금리 체계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전일 실적 발표회에서 "CD금리가 전반적인 조달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 기준금리와 관련해 다른 연동금리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단순하게 시중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을 유지할 경우 저금리가 지속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CD금리 일변도의 금리 체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갑작스레 금리 체계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CD금리가 2%대로 추락하면서 역마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는 3일 현재 2.96%로 지난해 말 대비 0.97%포인트 급락했으며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2.0% 가량 낮아졌다. 은행들은 통상 CD금리에 1.5~2.0% 수준의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예금 및 은행채 발행 금리가 올라 조달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도 은행들로서는 부담스럽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 및 건전성 강화를 위해 연이율 7%대의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8%대 금리의 후순위채도 대거 발행했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가운데 조달 비용은 거꾸로 올라가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은행들이 당장 금리 체계를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D금리를 대체할 대안이 마땅치 않은데다 대출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대출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D금리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코리보(국내 은행간 거래시 적용되는 평균금리)나 통화안정증권 금리는 은행의 자금 조달 방식과 관련성이 적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금리(프라임 레이트)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금리 체계를 변경할 경우 대출자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은 입장을 비쳤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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