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수입 올 10조원 '펑크' 우려

2009-02-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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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나라 살림의 근간인 올해 세수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04년 이후 5년 만에 세입예산안 전망치에 비해 세수 실적이 미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수 부족 규모가 1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장률 '0%'시 세수 6조∼8조 부족
2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서 총 국세수입(일반회계 기준)을 172조8352억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실물경제 침체가 가중되자 11월 제출한 수정예산안에서는 당초 보다 1.1%(1조8690억 원) 줄어든 170조9662억 원의 국세가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수정 의결하면서 세수 규모는 정부안에 비해 또 다시 2조2700억 원 가량 줄게 됐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이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정 예산안에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4% 내외로 잡고 세입을 계산했다. 정부는 연말에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3% 내외로 낮춰 잡았지만 세입예산안은 수정하지 않았다.

즉 올해 세입예산안은 우리 경제가 4% 내외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서 짜여진 셈이다.

하지만 올해 경기가 급격히 가라 앉으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정체 내지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0.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분석에 의하면 통상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수는 1조5000억∼2조 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면 총 세수 감소 규모는 6조∼8조 원에 이르고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경우 그 규모는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수가 예산안 전망치에 비해 덜 걷힌다면 2005년 이후 이어져 온 초과세수 기조가 막을 내리게 된다.

2004년의 경우 정부 예산안상 국세 수입 전망치는 111조2000억 원이었지만 실제로는 108조2000억 원이 걷혀 3조 원 가량 '펑크'가 났다.

2005년에는 예산안 전망치(121조7000억 원) 보다 7천억 원 가량 많은 122조4000억 원이 걷혔고 이러한 초과세수 기조는 2006년 2조7000억 원(예산 130조 원, 실적 132조7000억 원), 2007년 13조8000억 원(예산 141조6000억 원, 실적 155조4000억 원), 2008년 1조3000억 원(예산 159조4000억 원, 실적 160조7000억 원) 등으로 계속됐다.

◆"늘어날 세목이 없다"
성장률 변수를 따지지 않고 세목별로 살펴보더라도 올해 세수 부족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정예산안에서 밝힌 올해 주요 세목별 세수 전망치는 소득세 41조3057억 원, 법인세 37조8783억 원, 부가가치세 48조5890억 원, 관세 10조231억 원, 개별소비세 4조5353억 원, 증권거래세 3조2594억 원, 종합부동산세 1조7882억 원 등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올해 수정된 성장률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겠지만 세목별로 따져보면 세입 예산안보다 늘어날 세목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경기가 부진하면 근로자나 자영업자 할 것없이 소득이 줄고 따라서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 수입은 줄어든다. 부동산 거래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 감소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법인세 수입 감소도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내는 등 이미 기업들의 실적악화는 표면화되고 있다.

통상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 3월 말까지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게 되므로 이들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악화는 올해 법인세수 감소로 직결된다.

지난달 28일 완료된 2008년도 2기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와 관련해서도 세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가세는 경기에 가장 밀접한 세목으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등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면서 "정확한 실적은 집계해봐야겠지만 작년 하반기 민간소비가 안좋았다는 점은 부가세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의 경우 수정 예산안 제출 이후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판결 등으로 인해 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 큰 폭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최근 환율이 정부가 전망한 1,100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 관세나 수입분 부가세 수입은 전망치를 달성하거나 그 이상 걷힐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성장률 하락만 갖고 올해 세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적자국채.정부보유 주식매각 확대 전망
벌어들이는 돈(세입)이 감소하면 쓰는 돈을 줄이거나(세출 축소) 빚을 내(적자국채 발행 등) 이를 메우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세입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세입 감액 추경이란 외환위기 당시처럼 급격한 성장률 하락 등으로 세수가 감소할 경우 세입 감소분만큼 세출을 줄이거나 다른 세수 확대 방안을 마련해 예산안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1998년 당시 당초 예산안에 비해 세수가 4조∼5조 원 덜 걸힐 것으로 예상되자 세수 증대 및 세출 삭감 등을 토대로 하는 감액 추경을 편성했다.

다만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감액 추경 편성시 세출을 줄이기 보다는 적자국채 발행이나 정부 보유 주식.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세입 감소를 메우는 방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올해는 감액 추경을 하더라도 세출을 줄여서 세입 감소에 대응하기 보다는 적자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예산안에서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7조3000억 원으로 책정했다가 수정예산안에서는 이를 17조6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감액 추경을 편성하면서 적자국채 발행을 확대한다면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25조 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예산안 대비 세수 실적이 미달했던 2004년의 경우에는 세외수입을 확대해 세수 부족분을 메웠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 불용이나 적자국채 발행, 정부 보유 주식.부동산 매각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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