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 고용기간 4년 연장
전문가, 실질적 고용 보장 일자리 늘려야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임시방편책이라는 지적이다.
◆여권, 2월 임시국회 내 비정규직 개정안 처리
당정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세차례 당·정·청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관련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9일 “비정규직법을 빨리 (개정) 처리하지 않으면 대량 해고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여론전에 본격 나선 뒤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오는 7월에만 비정규직 근로자 97만명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상황이어서 고용기간을 늘리지 않는 한 실업자가 대량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개정안에는 고용기간 연장을 포함해 파견근무 대상 확대, 정규직 전환 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방안 등이 담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시민사회, 2년 후 정규직 전환 원칙 지켜져야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선 비정규직 법의 본래 취지인 ‘2년 후 정규직 전환 원칙’을 지키라며 맹성토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고용을 안정시키기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책임하게 기간만 연장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한 후 “현재도 OECD국가 중 최고수준인 비정규직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노동시장은 황폐화될 것”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과 분열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개정안을 반대하며 또 다른 MB악법 양산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계는 비정규직 법안의 입법 취지는 2년간 비정규직 고용후 정규직 전환이었다며 정부의 개정안을 고용불안만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전문가 “실질적 고용 보장 일자리 창출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정안은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다며 실질적 고용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정부는 7월에 96만명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하지만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이를 핑계로 그동안 재계가 요구해 온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해 줌으로써 근로자들의 고용 사정만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기홍 강원대 교수는 “외환위기 때처럼 지금 당장 어렵다고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해 비정규직을 늘려 놓으면 회복기에 또다시 비·정규직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사정 합의를 통해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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