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종 구조조정 회오리...긴장감 고조

2009-01-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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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과 산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살생부'를 확정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전 업종이 구조조정 회오리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면 경기의 조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은행 부실로 직결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진통이 수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에 구조조정 `태풍'
금융권 전체 여신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부활한 2007년 말에 은행들은 50억원 이상 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업 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을 맺었다.

 상시 위험 평가는 연말 결산을 기준으로 하는 `정기평가'와 상시로 부실징후.부실기업을 가려내는 `상시평가' 등 2가지로 나뉜다. 협약에 따라 은행들은 50억 원 이상 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정기 평가에 착수하게 된다.

은행들은 3~4월 중에 전체 기업들 중에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0 미만 및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들 중에서 '요주의 상당'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들을 1차로 골라낸다. 이어 5~6월 세부 평가를 거쳐 6월 말까지 등급을 매겨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확정한다.

은행권이 작년에 처음으로 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해본 결과, 1차 평가로 선정된 기업 수가 10~20개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구조조정과 퇴출 대상인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은 1 곳도 없었다.

그러나 협약 내용을 보면, '기타' 항목 등에서 부서장이 재량적으로 평가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을 바꿀 수 있도록 돼 있다. 선정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평가 대상 기업 선정 기준 중 하나인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0 미만 기업'을 '최근 3년 간 1년이라도 이자보상배율이 1.0 미만 기업'으로 바꿔 적용하면 평가 대상 기업이 증가하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건설.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에 주력하다 보니 기업 신용위험 정기 평가까지는 준비를 못하고 있으나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가 확정되면 전 업종의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개 은행 이상에서 부실징후(C등급)를 받은 기업들은 주채권은행에서 다시 정밀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된다"며 "올해 하반기는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어닥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은행들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경영난도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까지 금융당국이 구체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잡지 않고 있으나 자동차부품, 해운, 반도체 등의 업종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평가를 마쳐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건설과 조선업계에서도 등급이 재조정돼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나올 수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처음 실시하는 작업이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은행들이 평가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을 조정해 신용위험 평가에 나설 것이므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종과 원자재 관련 금속업종 등을 최근 특별관리업종으로 분류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최근에는 해운업도 자세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건설.조선업종처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2개월 내에 구조조정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어,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작업은 좀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구조조정 업종 확대..의미와 파장은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다른 업종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전체 산업에서 기업별 옥석을 가려 부실 기업으로 자금이 수혈되는 것을 차단해 금융권과 산업계의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정상 기업에 자금이 더 흘러들어가도록 유도해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경제의 성장동력을 발굴.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만율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대외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하는 바람에 구조조정을 갑작스럽게 서두르는 측면이 있으나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놔두면 산업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가 신인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와 산업계는 건설.조선 외의 다른 업종과 기업으로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정상 기업이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활발해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업별로 옥석이 가려지면 은행들도 지원할 곳만 지원하게 되기 때문에 추가 부실 우려를 차단할 수 있고 살릴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현재로선 다른 업종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는 작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은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따른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공통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용위험 평가를 하게 되면 은행들 간 평가 결과가 엇갈려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고 은행들도 스스로 대손충당금 적립 및 수익 악화 등을 우려해 구조조정 대상을 확대하는 데 소극적일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시 위험평가는 은행 자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C등급을 받더라도 지금 추진되고 있는 건설사와 조선사처럼 곧바로 워크아웃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구조조정 효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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