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공무원 과로사 잇달아..과도한 업무 탓

2009-01-29 08:39
  • 글자크기 설정

27일 안철식 지경부 2차관 사망..공무원 과로사 최근 5년새 414명 
새정부들어 1년새 1만5천명 감원 불구 업무량 불변

최근 과천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업무 중 과로로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과로로 인한 사망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1년새 1만5000여명의 공무원이 감원됐음에도 업무량은 줄지 않아 과도한 업무가 과로사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침도 공무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안철식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27일 밤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긴급호송됐으나 1시간 30분여만에 사망했다.

안 차관은 설 연휴기간 중에도 집무실에 출근해 최근 급감하고 있는 수출관련 일정을 직접 챙기는 등 강행군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에서 차관에 오른지 9일만에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경부에서는 작년 6월에도 강혜정 전 지역경제총괄과장이 과로로 병이 악화돼 숨진 적이 있어 ‘과로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이보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과다한 업무 등으로 인해 쓰러졌던 양준승 국토해양부 전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이 사망했다. 양 담당관은 지난달 7일 과천종합청사로 출근해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가슴 통증을 호소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뒤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비상이 걸린 과천 등 경제부처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과로사가 우려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으나 최근 1주일새 과로사가 잇따르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과로사한 공무원은 모두 414명으로 이 중 국가공무원은 285명, 지방공무원이 129명이다.

우리나라 전체공무원 중 지방공무원이 37만여명, 국가공무원이 60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과로사 공무원은 지방공무원의 경우 2868명당 1명, 국가공무원은 2105명당 1명꼴로 국가공무원의 과로사 위험이 더 큰 셈이다.

2007년에만 공무 중 사망한 공무원 107명 가운데 41명이 과로사일 정도로 과로사 비율(38%)이 높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가 그간 과로사 재발방지를 약속해왔지만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임시방편으로 일관해 왔다면 이번 안 차관의 사망을 계기로 과로사 원인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용천 전공노조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해만 1만5000여명의 공무원이 감원됐지만 업무량은 그대로 이어지는 등 과도한 업무가 과로사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본격적인 구조조정 방침도 공무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향후 과로사 원인 규명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해 공무원들의 근로 여건 개선 투쟁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열악한 근로조건 및 고용안정 문제도 교섭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 정기검진 강화와 근무여건 개선을 통해 이 같은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연금복지과 재심계 김수란 사무관은 "2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공무원 정기검진 시 미수검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탄력근무제를 적극 활용, 무리한 출퇴근시간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대기성 근무나 휴일근무를 자제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면서 "청사 곳곳에 혈압계를 비치해 공무원들이 수시로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백 기자 inche@
송정훈 기자 songhddn@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