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돈기업들 ‘약’일까, ‘독’일까

2009-01-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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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친인척 관계인 기업들은 청와대 후광이 경영에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검찰이 28일 이명박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임원과 간부를 구속하는 등 지난해부터 제기돼 온 효성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의 한 페이지를 일단락지었다.

재계는 이번 구속이 검찰 수사의 종지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검찰이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첫 해인 1988년,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현 회장은 노태우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와 결혼했다. 이와 동시에 SK는 이러한 사돈관계로 인해 끊임없이 '특혜 의혹' 구설수에 시달렸다.

특혜 때문인지 아니면 기업의 전략 때문인지 1980년 이전만 해도 재계 순위권 밖에 있던 선경(현 SK그룹)은 정유사업(SK에너지)과 이동통신사업(SK텔레콤)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SK그룹이 1990년대 들어 명실상부한 4대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노 전 대통령 시절 닦은 토대가 결정적인 힘이 됐던 것이다.

특히 노태우 정권 막바지였던 1992년 SK가 이동전화 사업권자로 선정됐을 때는 여론의 비난에 밀려 사업권을 잠시 반납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SK의 사업영역 확대는 청와대 후광이 아니라 10년 후를 내다본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었으며, ‘대통령 사돈기업’이라는 닉네임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SK그룹이 노 대통령 시절 성장의 기초를 닦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들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관계인 기업은 한국타이어, 효성, LG벤처투자 그리고 삼성화재 등이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은 한국타이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부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 받고 있다. 무혐의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현 정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여론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한국타이어는 이명박의 친아들 이시형 씨가 입사하며 '공장 집단 의문사', '임원진 폭력사건' 등 루머가 연이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양래 회장의 형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경련 회장)도 효성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잇따른 악재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인사형통(人事兄通)’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막후 실세로 군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경우 구본천 LG벤처투자와 이상주 삼성화재 상무를 각각 사위로 맞았다. 그러나 LG그룹이나 삼성그룹은 어차피 정재계 인맥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만큼 특별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대통령 사돈기업들은 최고권력자과의 관계 때문에 신규 사업 진출 등 여러 차원에서 타 기업들에 비해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MB와의 사돈관계가 '약'이 아니라 '독'인 셈이다.

한편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 친인척 관련 비리가 정권이 끝난 후 밝혀지는 사례가 많았듯, 이들 사돈기업들이 실제 대단한 혜택을 입었는지,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됐는지는 MB정권이 마무리된 다음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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