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긴급진단
경기지표 악화ㆍ어닝쇼크 지속 우려
경제불황이 심화되면서 2월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주요 증권사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를 모두 내놨다는 우려 속에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이런 우려를 이유로 내달 코스피가 1000~120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일시적으로 1000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수 1000선 붕괴 가능성=시장에 만연한 공포를 잠재울 만한 재료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 매물 급증으로 코스피 1000선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하고 있는 반면 개인만 매수하며 지수급락을 막고 있다"며 "설 연후 뒤 증시에서 이를 지속시켜줄 호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수가 한번에 무너지면서 10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1000선이 당장 붕괴되진 않더라도 설 연휴 전 심리적 지지선인 1200과 1100선이 차례로 무너지며 1090선까지 밀렸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이 점쳐진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예상 밖 악재가 돌출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향후 3개월 동안 코스피는 1000~123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작년 10월과 같은 지수 폭락은 재연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2차 금융구제안과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시장도 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는 지수가 전저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나올 악재가 모두 나와 오를 일만 남았다는 의견도 있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악재 대부분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지수는 저점을 조금씩 높이며 1100선대 위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유동성 장세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지표ㆍ실적 쇼크 지속=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차를 포함한 시가총액 상위기업이 발표한 성적표가 모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데다 설 연휴 이후 실적을 발표하는 회사도 극심한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8~30일 현대모비스(28일)와 한국전력, LG텔레콤(29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LG화학,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신한금융지주, KTF(30일)가 일제히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시총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실적쇼크로 인한 추가적인 지수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증시가 어닝쇼크로 연일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도 이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내달 발표하는 1월 실적마저 부진을 지속한다면 지수가 재차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설 연후 뒤 굵직굵직한 상장사가 4분기 실적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지만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재료로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유일해 보인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처치센터장은 "4분기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은 대부분 발표됐다"며 "지금부터는 경기부양 기대감이 금융위기 우려와 경기후퇴 압력을 어느 정도 줄여주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외적인 변수로는 미 정부가 내놓은 2차 금융구제안과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 반응을 꼽을 수 있다"며 "이 정도에 따라 국내외 증시도 등락이 갈릴 수 있어 당분간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혼조 국면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방어 종목 압축 매매=경제불황이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핵심 경기방어주로 매매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철강을 중심으로 수출 업종 전체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까지는 경기 흐름을 비교적 덜 타는 통신, 제약, 음식료 종목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매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주나 소형주보다는 가치주나 대형주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경제불황이 심화되면서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성장주나 소형주보다 가치주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매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가격적인 면에선 낙폭과대 가치주를 중심으로 상승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침체장에서는 기업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가치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주가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SK에너지나 삼성테크윈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내달 4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통법 발효와 함께 새로운 금융시대가 열리면 경쟁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대형 증권사가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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