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최근 청약접수를 마친 강일지구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중대형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420가구를 선보인 114㎡형(전용면적) 420가구 중 113가구가 고스란히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 SH공사에 따르면 이달 30일 청약접수 추첨을 마친 뒤, 내달 중순께 강일지구 잔여세대 113가구에 대한 재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재공급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일지구의 경우 주변 전세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돼 있는데다 기반시설 등 주거 인프라 부족으로 인기가 시들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강일지구 청약 당시 최고 경쟁률은 5.1대 1로 ▲59㎡ 3.3대 1 ▲84㎡ 5.1대 1 ▲114㎡는 경쟁률 0.7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왕십리주상복합 등에서 선보인 시프트가 최고 11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서울시 장기전세팀 관계자는 "60㎡ 이하 소형 평형의 경우 정부 주택기금을 보조받을 수 있고 심사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몰렸다"면서도 "그러나 중대형의 경우, 공급물량도 워낙 대규모였고 관리비가 비싼데다 고속도로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인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전세가보다 비싸다는 것도 인기가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인근 S공인 대표는 "강일지구 인근 주공아파트 89㎡형의 전세가는 현재 6개월 전보다 9000만원이 더 빠져 1억3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시프트보다 싼 매물들이 나와있기 때문에 굳이 시프트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선 재공급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대형 평형의 경우 중복당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중대형의 경우 만 20세 이상 청약예금에 가입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청약에 나설수 있는데 세대주가 아니더라도 청약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세대주가 주택 소유자라도 무주택자인 세대원인 부인이나 자녀가 청약에 나서기 때문에 강일지구처럼 청약경쟁률이 낮은 곳의 경우 한 가정의 세대원들의 중복당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달 말 예정된 당첨자 추첨이 끝나면 재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중복 당첨 세대가 있다 하더라도 100여가구 정도는 무난하게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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