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기관들이 올해 경제 전망을 앞다퉈 충격적인 수치까지 내리는 등 올들어 실물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붕괴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두자릿수 감소세로 돌아섰고 소비와 투자도 급감해 내수마저 얼어붙었다. 이런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는 외환위기 때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보다 올 상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속에 서민들의 고통은 상반기 더욱더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한국은행은 22일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1998년 4분기 -6.0%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인 -3.4%를 기록했다며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을 점쳤다.
한국개발원(KDI)도 하루 전인 21일 올해 경제전망을 3.8%에서 대폭 수정해 0.7%로 낮춰 발표했다. 충격적인 것은 2.1%를 예상했던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2.6%로 수정, 마이너스 성장을 내다본 것이다. 이는 그간 경제와 관련해 다소 낙관적이 전망을 해왔던 정부기관과 중앙은행에서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것으로 우리 경제가 그만큼 최악의 상황인 마이너스 성장단계에 진입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수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이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0.2%, 크레디트스위스 0.3%, HSBC 0.6%, 도이치뱅크가 0.2%로 예견했다. 이는 두 달 만에 3%에서 0%대로 급격하게 낮춘 수치로 그만큼 우리 경제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외에도 메릴린치가 -0.2%로 마이너스 성장을 내다봤고 USB증권은 상상 초월할 수치인 -3%를 전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경제지표들이 더욱 악화되자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정부의 자신감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상반기 성장세 유지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배국환 재정부 2차관이 “상반기 경제성장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경기한파에 힘을 실었다.
마이너스 성장만큼 절박한 경제위기는 없다.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1980년과 98년 딱 두 번밖에 없었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비상사태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수출 감소세, 고용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의 마이너스 성장은 이미 각종 선행지표에서 예견되고 있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광공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4.1%로 1970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서비스업생산도 -1.6%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소비재판매도 -5.9%, 설비투자도 -10.8% 등 모두 가파르게 마이너스로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한국경제에서 의존도가 높은 수출의 경우도 해외수요 둔화와 석유제품,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17.4%가 줄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이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작년 12월 취업자는 2324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는 5년 2개월만에 있는 일로 그만큼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있음을 드러낸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째 20만명을 밑돌다가 10월에는 9만7000명, 11월에는 7만8000명으로 둔화됐으며 12월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창출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지표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경제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나 기자 han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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