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사망소식도 의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사고사를 위장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이의 사망 소식을 접할 때면 그들이 정말로 죽은 것인지 한번쯤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예로부터 날조된 죽음은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와 허클베리핀 같은 소설에서부터 오늘날의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로 쓰이고 있다.
죽음의 위조는 실제 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미국 금융투자가 마커스 슈렌커는 경비행기를 몰고 알라바마 주 상공 위를 날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는 상공 위에서 거짓으로 긴급 구호신호를 보냈고 그가 없는 비행기만 늪지에서 발견되었다. 그 후 그는 한 야영지에서 발견돼 체포됐다.
당국의 수사 결과, 슈렌커는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하고 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슈렌커와 그가 근무한 회사는 자금 횡령 등 사기 혐의로 고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낙하산 탈출로 죽음을 위조해 수사당국의 추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뉴멕시코에서는 임신한 애인을 유괴해 구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스티븐 가르시아가 2006년 10월에 사라졌다. 경찰은 수색 중에 그가 자살하고 땅에 묻힐 것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조금도 그 쪽지의 내용을 믿지 않은 채 수색 작전을 펼쳐 6개월 후 멕시코에서 그를 체포했다.
2006년 8월 30일 콜로라도의 한 남성은 엘도라도 캐년 주립공원에서 산책 후 돌아와 그의 친구 랜스 헤링이 다쳤음을 알렸다. 구조팀이 출동했으나 발견된 것은 헤링의 피와 물 한병, 신발이 전부였다.
헤링은 길을 잃어 방황하다 죽었을 것이라고 믿어졌지만 2008년 워싱턴 주 공항에서 그의 아버지 함께 체포됐다. 해병대원인 그는 이라크 부대에 있을 당시 생활에서 목격한 것에 연루된 것을 두려워 해 죽음을 위조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주 뉴 포트 리치에서는 앨리슨 마테라라는 한 여성이 친구와 가족, 교회 성가대에게 자신이 암에 걸려 몇 달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양원으로 들어가 곧 그녀가 죽을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마테라는 자신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자신이 오래전 헤어진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났고 경찰은 그녀를 암에 걸려 죽음을 위조한 혐의로 체포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일상의 혼란과 압력,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가장한 극단적인 수단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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